집을 비운 사이초록빛 탱글탱글 빛나던 청매실 절로 다 떨어지고그 자리매미가 오셨다, 떼로 몰려 오셨다조용하던 매화나무가도 가도 끝없는 한낮의 넘쳐나는 소리,소낙비 소리로,나무 아래 다물다물 쌓이고 있다눈물 젖은 손수건을 말리며한평생을 노래로 재고 있는 매미들,단가로 다듬어 완창을 뽑아대는데, 그만,투명한 손수건이 `하염없이 또 젖고 젖어,세상모르고제 세월을 만난 듯쨍쨍하게 풀고 우려내면서매미도 한철이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인가비 그친 오후일제히 뽑아내는 한줄기 매미소리가문득/ 매화나무를 떠안고 가는 서녘 하늘 아래어디선가심봉사 눈 뜨는 소리로 연꽃이 열리고 있다얼씨구! 잘한다! 그렇지!추임새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비가 오다. 그친다. 다시 비가 내리다가 그치는 척 하더니 또 내리는 비…이제 겨우 정지다. 그러더니 조금 전부터 일제히 뽑아내는 한줄기 매미소리가‘ 빗소리보다 우렁차다. 여름은 매미소리의 합창으로 힘을 얻는다. 그들의 지치지 않는 노랫소리로 비로소 여름이 여름다워진다. 그 소리는 포플라나무 주욱 늘어선 모래벌을 연상하게 하고, 아이들의 물장구치는 소리도 불러 오고, 쨍한 햇님 보란 듯이 한가로이 떠다니는 몽실몽실한 구름떼를 생각나게 하고, 그 여러 소리를 먼데서 나른하게 듣고 있는 할배의 목침 베게도 생각나게 한다. 여름비는 참 많은 생각의 평화를 가져다주곤 했다. 시인은 비 그친 오후에는 ’심봉사 눈 뜨는 소리‘ 며 ’연꽃이 열리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 큰 귀를 가지셨구나.<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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