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에 때로는 짧은 시간이지만 어색한 시간이 연출될 때가 있습니다. 가끔씩 보는 얼굴이기에 모른척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시시콜콜 이야기를 건넬 사이는 아니기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네 다섯 살쯤 먹은 어린 아이가 할머니의 손을 잡고 탔습니다. 바쁜 아침이었고, 가방을 둘러맨 어린 아이는 귀엽기도 하고 기특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가끔씩은 스쳐 지나가던 아이이기에 모른척 할 수 없어서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손녀인가 보지요?” 할머니가 “네”라고 대답을 하십니다. 어색해서 한번 더 물었습니다. “친손녀에요? 외손녀에요?” “친손녀입니다”라고 할머니는 정중하게 대답 해 주셨습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 더 누그러뜨려 보려고 이제는 손녀에게 물었습니다. “학교 가니?” 어린 아이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네, 유치원에 가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또 물었습니다. “할머니가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구나?” 아이가 가만히 있습니다. “할머니가 유치원에 데려다 주니까 할머니 참 좋지?” 나의 마지막 질문에 어린 아이는 정색을 하며 “아니요!”라고 딱 부러지게 대답을 합니다. 그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괜히 물었다 싶었습니다. 나만 당황한 것이 아니라 할머니의 당황하신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짧은 시간의 어색함을 부드럽게 바꾸려고 했다가 좁은 공간에서 세 사람의 입장이 난처했습니다. 잠시 후 어린아이의 당찬 대답에 거품처럼 힘없이 밀렸던 할머니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허공으로 대답을 합니다. “친손녀이긴 하지만 자주 만날 일도 없고 또 함께 살지 않아서 아이의 마음에는 그런가 봅니다”...다행이 층이 낮아서 금방 엘리베이터는 멈추어 섰고 나는 나대로 급한 척 그 공간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대답이 메아리처럼 들려 왔습니다. ‘자주 만날 일이 없어서 그랬던가 봅니다.’ 라는 말입니다. 그렇지요? 사람의 정이란 자주 만나야 듭니다.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사람에게 정이 가고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는 그 사람과 좋은 관계가 형성이 됩니다. 목장의 만남이 너무 뜸한 것은 아닌지요? 혹시나 목장이 참 좋지요? 라고 물었을 때에 어떤 대답이 나올 것 같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