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을 가면 늘 출장지에서 상이한 콘센트 탓에 고생을 한다. 일본은 110V용으로 플러그가 일자로 된 모습이고 미국과 유럽은 둥글지만 또한 나라마다 다르며 유럽도 북유럽과 서유럽의 콘센트는 또 달라서 멀티툴을 늘 챙겨가야만 한다. 또 한 번은 인도 출장길에 삼성전자 매장에 들러 휴대폰 충전기 젠더를 구매했다. 이것저것 고르다 멋있어 보이는 두 개를 골라 그 중 하나를 선택했다. 비싼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하나를 구입해서 사용, 귀국길에 가지고 들어왔다. 아뿔싸, 한국에서 사용하려고 콘센트에 꽂는 순간 툭 튀어나온 젠더의 외형이 우리 콘센트와 맞지 않았다. 220V 둥글게 생긴 충전부의 모습만 선택을 했는데 젠더가 콘센트 구멍보다 커서 조립이 불가했다. 의외의 복병으로 휴지통으로 직행했다.예전 학교에서 Y2K 대책반의 일원으로 컴퓨터 시스템 대책반에 있었던 적이 있다. 우리끼리는 UDT팀이라고 이야기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뭐 ‘수중 폭파 특수요원’이라는 거창함과는 거리가 먼, Under Desk Team. 즉, 책상 밑의 한 조. 업무 특성 상 잭을 꽂으려 책상 밑에 자주 들어가므로 붙여진 별명이다. 그 때마다 불만이 왜 한국의 전기 콘센트는 똑바로 설치가 되지 않고 옆으로 기울어져 코드연결이 힘겨운지. 12시 방향이나 그 직각인 3시 방향, 이렇게 구분하면 좋을 걸 약 30도 각도로 비스듬히 기울여졌는지 불만이 많았다. 후에 알게 된 것인데 콘센트를 연결하는 전기 줄끼리 서로 방해가 되니 효율적으로 접속하기 위해 방향을 비스듬히 구멍을 내어 연결을 용이하게 하도록 했다. 이것 뿐 만이 아니다.다중 플러그라는 <멀티탭>도 많은 구멍의 구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도 함정이 숨어있다. 멀티탭은 구수에 상관없이 최대 정격용량이 있어 많은 콘센트는 위험하다. 다시 말해 몇 구가 되었던 최대정격이 허용하는 전력에서 탭을 공유하므로 용량을 초과하는 구수를 찾는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이다. 대개 전기 화재의 원인은 과부하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구멍이 많아 안전할 것으로 생각, 추가비용을 주고 구수가 많은 것을 사는 건 좋지 않다. 콘센트는 만능이 아니므로 꼭 정격용량이내에서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콘센트 주변의 쌓인 먼지를 방치했다가 순식간에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흔히들 목격한다. 오랜 시간 쌓인 먼지가 불쏘시개가 되어 작은 불꽃에도 쉽게 화재는 일어난다.이외에도 어린이 안전과 <돼지코>도 크나 큰 관계가 있다. 어느 목격담, 식당에서 귀엽게 생긴 어린애 한 명이 젓가락을 들고 아장아장 벽에 난 전기 콘센트 쪽으로 기어간다. 식사를 하다 깜짝 놀란 엄마는 아이에게 엉덩이짝을 때리고 급히 안고 온다. 이렇게 아이들이 무방비 상태로 <돼지코>라고 불리는 콘센트 구멍에 젓가락을 꽂다가 사고가 일어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반드시 집안이나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에는 전원 플러그 안전 카버를 씌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정안전부의 조사와 집계에 따르면 콘센트로 인한 감전사고 사상자 절반이상이 10세 이하 어린이 라는 통계가 있다. 그리고 최근 3년간 전기로 인한 감전사고로 총 5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행정안전부는 장마 등으로 비가 자주 오는 여름철에는 물기 등으로 감전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사고예방에 주의를 요청했다. 특히 7월은 습한 날씨나 잦은 호우 탓으로 감전사고 사상자도 일 년 중 가장 많아 주의를 요한다. 감전 사고는 조금 전의 상황처럼 주로 전기가 흐르는 충전부의 직접접촉이 56%(894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불꽃 방전, 누전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전기안전 사고를 불러오는 사례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요즘처럼 무더운 날 에어컨과 선풍기 등을 자주 연결하는 경우, 전기 콘센트와 전선의 연결을 확실하게 하지 않는 경우 접촉 불량으로 화재 발생의 위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전문용어로 <접촉 저항>이라는 것이 있는데 서로 접하고 있는 두 도체의 접촉면을 통하여 전류가 흐를 때, 그 접촉면에 생기는 전기저항을 말한다. 저항은 고유 저항과 길이에 비례하고 단면적에 반비례하므로 큰 전류를 요하는 곳에서는 단면적이 굵은 전선을 사용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접촉저항이 불량인 경우 접촉 부위의 단면적이 작아지고 반대로 저항은 커지게 되므로 발열로 화재의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말은 어렵게 했지만 콘센트에 전기를 꽂을 때 완전히 꽂지 않고 특히 헤어건조기처럼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꽂아 사용하다가 방치해 두는 경우 화재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공포의 삼겹살이 아닌, 공포의 <돼지코>가 가져다주는 화재의 위험을 늘 의식해야 한다.여름 철 무더운 날씨에 냉방기기와 선풍기 등 전기사용량이 많은 만큼 전기 기기의 사용횟수도 늘어간다. 이런 시기에 많은 구수 <멀티탭>의 무분별한 선호와 불완전한 접촉, 콘센트 안전커버 미 부착, 먼지의 방치, <멀티탭>에 더 많은 전선을 연결한 제품의 사용, 그리고 정격용량에 무관하게 많은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등 이런 것은 위험하다. 우리 모두 조금 만 더 관심을 기울여 만면 가득히 행복한 <돼지코>의 웃음처럼 안전하고 건강한 여름을 보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