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잡는 방법은 새끼고래에게 작살을 던져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동료 여자 변호사가 침을 꼴깍 삼기며 그 다음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대목이다. 극중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로 법조문과 판례, 심지어 한 번 읽은 서류 속 문장까지 다 외우는 신입 변호사의 좌충우돌 법정이야기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고래이다. 주위 모든 물건을 고래도 채우고, 길거리에서도 고래와 관련된 것을 상상하며 작은 물건 하나도 고래를 연상시키곤 한다. 어느 안타까운 모녀를 변호하다 막판 패소에 이르자 그녀는 고래에 관한 일화를 들려준다.고래 사냥꾼들이 고래를 잡을 때 가장 손쉽게 잡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고래를 잡는 방법은 연약한 새끼고래에게 작살을 던져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미 고래는 새끼고래의 고통어린 소리를 듣고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끝까지 남아있습니다. 그 고래의 행위는 사람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전혀 다르지 않는 모성애가 있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의 작살이 어미고래를 향하고 끝내 고래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자 우영우 변호사는 말을 이어나간다. “고래의 지능은 뛰어나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다 알면서도 새끼고래 곁을 떠나지 않아요.” 실제로 고래는 몸짓부터 소리 등의 인공적인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그 때, 친구 변호사가 말한다. “사람들은 참 나빠.” 이 말을 듣고 어릴 적 즐겨 보고 바다를 동경했던 유명한 소설 “백경”을 떠 올렸다. 포경선을 타고 고래를 잡으러 떠나는 사람들의 모험을 담은 이야기이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소설의 내용과는 달리 고래의 남획은 심각한 수준이다. 포경선이라는 전문 사냥용 배가 등장한 이후 고래는 그 수가 많이 줄었고 20세기부터 현대 기계식으로 하는 포경선이 등장해 거의 멸종에 이른 적도 있었다. 실제로도 참고래 외 일부 몇 몇 종들은 완전 멸종했다. 그러자 각종 동물 보호단체에서 고래를 잡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고,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고래에 대한 보호에 해당 국가들이 나서며 전통적으로 고래를 잡는 일부 부족을 제외하고는 고래 사냥을 금지시켰다.그러나 ‘전통과 조사 포경’이라는 기치를 걸고 아직도 자국의 법률 상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은 계속 포획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고래를 사냥하고 먹는 부분이 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해 왔다. 일본 내 해안 지역은 수세기 고래를 사냥해 오고 있지만, 고래 소비의 본격적 증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섬으로 둘러싸인 국토의 특징 상 먹을 것이 부족했던 탓도 있었다. 실제로도 1940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는 일본의 주요 식재료 중 하나가 고래 고기였다. 해안선 기준 12해리를 벗어난 공해상에서의 포획은 유엔 해양법 협약의 영향을 받는다. 해당 협약에서는 아무리 연구 목적의 포획이라고는 하지만 환경보존과 관리 연구 목적에 따라 관련 국제기관과 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일본은 국제적 비난에 직면, 2019년 포경위원회(IWC)를 탈퇴했다. 일본 고래잡이 거점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와 홋카이도에서 포경선이 출발했고 잡혀 온 고래들은 크레인에 의해 트럭에 옮겨져 해체 공장으로 이동했다. 방수 작업복 차림의 근로자들은 첫 포경의 축하의식으로 일본 전통주를 종이컵에 부어 고래에 부었다. 이러한 고래의 무분별한 포획은 멸종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우리 모두의 바다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 수산물 수출 국가 중, 해양 포유류 혼획 위험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 말은 국내에서는 포경이 금지되어있지만 혼획 좌초된 고래 고기의 판매와 유통은 금지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계획적으로 포획으로 획득한 것은 아니지만 좌초된 개체의 유입된 고래의 수가 연간 2천 마리를 상회한다. 이 정도 수의 죽음을 방치하는 우리나라는 일본의 남획에 항의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고 마구 잡는 일본에서도 자국 내 발표에 의하면 3~400마리 정도이다. 다만 위안을 하자면 주요 고래 포경국가인 일본,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 5개국에 대한민국은 포함이 되지 않는 국가로 분류되어있다. 건강한 바다는 70만 종 이상 생명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자 지구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인류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곳이지만 지금 바다는 그 어느 때 보다 큰 위험에 처해있다. 이미 뉴스에서도 자주 보도되는 플라스틱 등 일회용 각종 독성 물질로 인한 환경 파괴의 실상은 심각하다.우리 지역은 거대한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전 세계의 시민 뿐 아니라, 우리 포항 시민 모두가 바다 생물들의 생명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함께 노력한다면 그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해양생물과 사람들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자행되는 해양 생태계의 심각한 위협과 무분별한 오염에 경각심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푸른 바다를 살리는 길이다. 그것이 어미고래가 새끼고래 곁을 떠나지 못하고 흘리는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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