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꽃모종을 심는 일입니다한 번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들이/ 길가에 피어나면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이름 지어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아무에게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이혼자 눈시울 붉히면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그 꽃에 다가가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는 일입니다부리가 하얀 새가 와서/ 시의 이름을 단 꽃을 물고하늘을 날아가면/ 그 새가 가는 쪽의 마을을오래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그러면 그 마을도/ 꽃처럼 예쁜 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되겠지요그러고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면,그것은 이미 꽃이 된 사람의 마음을/ 시로 읽는 일입니다마을마다 살구꽃 같은 등불 오르고식구들이 저녁상 가에 모여앉아/ 꽃물 든 손으로 수저를 들 때식구들의 이마에 환한 꽃 빛이/ 비치는 것을 바라보는 일입니다어둠이 목화송이처럼 내려와/ 꽃들이 잎을 포개면그날 밤 갓 시집 온 신부는/ 꽃처럼 아름다운 첫 아일 가질 것입니다그러면 나 혼자 베갯모를 베고/ 그 소문을 화신처럼 듣는 일입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내가 바라는 세상’은 이 시인의 시처럼 아직은 ‘불려지지 않은 꽃으로, 새의 이름으로, 가족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평화’다. 아무도 이름 불러주지 않지만 스스로 만들어가는 마음의 길, 그 길이 가는 곳에 도달하는 평온이라는 이름이다. 욕심이라곤 주변에게 무엇이든 나눠 주고 싶은 마음이 다~인 부피. 그 부피만큼 만한 평화의 샘을 길어 올리는 일이었다.‘꽃모종’을 나누고, 그 꽃을 키워가는 마음 밭이 모인 곳, ‘마을마다 살구꽃 같은 등불 오르고~ 어둠이 목화송이처럼 내려와 꽃들이 잎을 포개면’ 꽃씨처럼 아름다운 아기가 잉태되는 마을에 모여 사는 일이었다. ‘내가 바라는 세상’은 서로에게 기쁨이 되는 사람으로 사는 일이었다. ‘이름 불려지지않은’ 꽃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세상에 사는 일이었는데… 지금 강원도옥계면에서 ‘내가 바라는 세상’의 한 끄나풀을 잡고 있는 이 행복이라니…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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