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가까이서,쓴다 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덧없고 덧없는지후두둑 눈물처럼 연보라 오동꽃들,진다 덧없다 덧없이 진다이를 악물어도 소용없다모진 바람 불고 비,밤비 내리는지 처마끝 낙숫물 소리잎 진 저문 날의 가을 숲 같다여전하다 세상은이 산중, 아침이면 봄비를 맞은 꽃들 한창이겠다하릴없다지는 줄 알면서도 꽃들 피어난다어쩌랴, 목숨 지기 전엔 이 지상에서 기다려야 할그리움 남아 있는데 멀리서,가까이서 쓴다너에게, 쓴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장맛비가 내린다. 창틀에 턱을 괴고 비 내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물방울이 나뭇잎에 맺히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빗방울의 무정형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떤 모양이라도 부딪히는 사물에 따라 달라지는 그의 순응이 놀랍다. 어떤 어려운 틀이라도 그 틀에 자신을 맞출 줄 아는 유연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귀결은 결국 –스며드는 것-이었다. 그리움처럼 스며드는 일이었다.‘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 덧없고 덧없는지’ ‘진다 덧없다 덧없이 진다’ 고 삶을 단정 지으려 해도 시인은 ‘이를 악물어도 소용없다’는 어떤 마음에 도달한다. 그 마음이 너에게 향한 ‘그리움’이었다. ‘지는 줄 알면서도 꽃들’ 피어나는 것처럼 ‘목숨 지기 전엔 이 지상에서 기다려야 할 그리움’ 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쓰는 ‘멀리서, 가까이서’ 쓰는 일, 너를 향한 그리움을 쓰는 일이었다. 이미 너는 스며들었던 것, 빗방울이 땅에 스미듯이…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