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슬렁거리며 오더니여름은 잽싸게 마을을 휘감는다두엄 냄새 밭두렁 날릴 때감자 꽃피어탱글탱글 알맹이가 익어 가면감자 긁던 반달 된 놋수저감자 물 찌든 어머니의 손밥 대신 삶은 감자흙무덤 두엄 냄새 진동하던코끝에 절은 그 향 없었던들감자 꽃 닮은 어머니 웃음어디서 볼까멍석 위에아이들 나란히 뉘어 놓고모기불 날려주던어머니의 손부채피난살이 하던산 밑 오두막집한여름 밤의 날파리처럼눈앞을 어른거린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여름 자리’에는 늘 그리운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한더위가 물러나지 않는 여름밤에는 가족들은 마당 한가운데 대나무 평상에 모인다. 어머니는 자녀들이 대나무에 등이 배길세라 얼른 평상에 요를 깔아주고 모시 이불을 덮어주었다. 아이들은 서로 가운데 자리로 들어가려고 기를 쓰곤 했지. 바깥쪽에 누우면 자다가 떨어지기 십상이고 무서운 이야기라도 듣게 되면 바깥쪽 자리는 더 무섭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자리다툼을 하는 사이 아버지는 모닥불을 피워 주시고 어머니는 곁에 앉아 옛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던 아이들에게 ‘모깃불 날려주던 어머니의 손부채’로 살랑살랑 부쳐주면 아이들은 하나둘 잠이 들었다. 맨 마지막 큰아이까지 잠이 들면 어머니는 아이들이 밤이슬에 젖을세라 아버지의 등을 빌어 다시 방으로 옮기시곤 했다.아버지의 너른 등에 업히면 참 좋았다. 잠든 척하고 있으면 여름밤의 별들도 아버지의 등에 업혀 오곤 했다. 그 날 밤의 별들이 다정하게 내 손을 잡아주던 기억, 따듯했던 건 별들의 손이던가, 아버지의 등이었던가. 방에 눕혀지면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의 손이 토닥토닥거려주고, 어느새 포근하게 긴 잠에 들곤 했었는데…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그리운 모습이 되었다. ‘감자 물 찌든 어머니의 손, 감자 꽃 닮은 어머니 웃음’은 이제 가슴 속에서만 아릿거린다.‘여름 자리’에는 늘 아련한 그리움이 있다.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