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름을 부르면 마음속에 등불 켜진다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나지막하고 따뜻해서그만 거기 주저앉고 싶어진다애린이란 그런 것이다어떤 이름을 부르면 가슴이 저며온다흰 종이 위에 노랑나비를 앉히고 맨발로 그를 찾아간다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는 없다연모란 그런 것이다풀이라 부르면 풀물이, 불이라 부르면 불꽃이,물이라 부르면 물결이 이는 이름이 있다부르면 옷소매가 젖는 이름이 있다사랑이란 그런 것이다어떤 이름을 부르면 별이 뜨고어떤 이름을 부르면 풀밭 위를 바람이 지나고은장도 같은 초저녁 별이 뜬다그리움이란 그런 것이다부를 이름 있어, 가슴으로만 부를 이름 있어우리의 하루는 풀잎처럼 살아 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어떤 이름’을 가슴속에 간직한 사람은 참 좋겠다. 그 이름을 나지막이 뇌이면 어수선한 세상사로 어두웠던 가슴에 ‘등불’이 환하게 켜지고 그 이름만큼이나 반짝이는 ‘별이 뜨고’ 초여름 밤 ‘풀밭 위를 바람이’ 스치듯 부드럽고 감미로워질 테니까~ 참 좋겠다.‘풀이라 부르면 풀물’이 들고‘불이라 부르면 불꽃이’ 피어나며‘물이라 부르면 물결’ 이 일렁이는 그 ‘어떤 이름’을 간직한 사람의 가슴은 언제든 원하는 대로 요술을 부릴 수 있어서 좋겠다. 새벽이슬 맺힌 풀잎처럼 싱그러워서 좋겠다. 해당화 향내, 포올폴, 날리듯 향기로워서 좋겠다.사는 동안 그렇게 설레이게 하는 ‘어떤 이름’ 하나쯤 지니고 있으면 생기가 있을 것이다. 그 이름만 떠올리면 입술에 빙그레 미소짓게 하는 이름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의 가슴은 모래알 흩날리는 사막일 테니…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