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고 싱싱한 이파리가 영혼이라면뿌리는 욕망과 잡념으로 가득한/ 내면의 소용돌이백 년 동안 진흙을 밟고 서있어도해탈의 경지가 뒤흔들리는 걸까깊이를 알 수 없는오욕을 걸러내는 체막이 흔들린다해마다 6~7월이면 수백 개의 혼불을 켜자신을 밝히는 연꽃그 어디, 다 꺼져가는 꽃잎 하나 붙들고누군가는 검은 숨구멍으로 기울고누군가는 반쯤 떨어져나간/ 불혹을 들여다보기도 한다우산 대신 커다란 잎을 쓰고연못을 바라보는 노승안으로 파고드는 봉분을 어쩌지 못하고구멍 숭숭한 생애를 밀쳐 놓는다그런 스님의 마음을 읽었을까해탈을 꿈꾸는 청개구리 한 마리마른 입속을 부풀려/ 어둠을 게워내고 있다앞서거니 뒤서거니 단단해지는 연밥하안거에 든 가부좌의 힘으로꽃봉오리가 다시 줄지어 솟고그늘로 빚은 연잎 위/ 말랑한 사리하나 굴러 내린다도르르/ 갓 태어난 것들 맑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연잎에 흡수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은 물방울에 매료된 적이 있었는데 시인은 그것을 ‘사리하나 굴러 내린다’ 고 했다. 입적에 들어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육체의 본모습- ‘사리’라는 말에 숙연해진다. 연잎 위의 물방울에 비친 세상이 빗물에 씻겨서일까. 정갈하게 보인다. ‘혼불을 켜 자신을 밝히는 연꽃’ 이 가부좌를 틀고 하안거에 든 모습을 훔쳐보는 7월 어느 날, 고개를 드니 연못 너머 먼 곳 비구름 떼가 몰려 있다.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