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상매일신문이 고고의 성을 울린 지 17년이 되는 날이다. 창간호를 낸지 17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경상매일신문은 몇 차례 경영주가 바뀌었고, 디자인 변경과 필자 확충, 내용의 다양화를 거쳐 ‘세상을 바꾸는 강한 신문, 객관적이고 정확한 뉴스를 전하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보다 세련되고 알찬 모습으로 독자에게 다가서고 있다.경북과 대구권을 대표하는 언론, 경상매일신문은 지난 17년간 정론직필을 위해 땀 흘려온 지방자치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정부가 연방제에 준하는 자치분권의 새 시대를 강조한 바 있는 만큼, 자치분권 시대를 준비하는 지역 언론의 역할과 위상은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다.본지는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시간을 이겨내고 7년이라는 세월이 꽤 긴 인내의 시간을 건너왔다. 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전자문화의 발달은 세상의 변화 속도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다. 현재의 17년은 과거의 170년이나 그 이전의 수천 년에 상당하는 시간으로 판단해야 맞을 것 같다.중국인들은 10년이면 사람의 인생이 변하고 30년이면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의 생활은 10년은커녕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 세계는 지구촌으로 변한지 오래고, 밤낮과 시차, 지구표면상의 위치는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 급속한 세계화로 인한 개방화, 지식정보화, 물신주의, 다원화의 물결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잠시 방심하거나 자만하면 이내 경쟁에서 낙오되기 십상이므로, 낯선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절하게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 기업과 개인의 운명은 물론이고 한 국가의 미래를 가늠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 조직의 리더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그 속도감은 다르다.시간은 불가역행성(不可逆行性)을 가졌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뿐 뒤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기 때문에 순간순간이 중요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현실에 충실하고 미래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난 후 후회하며 생을 마감한다. 뒤돌아보면 아쉬움만 남고 앞을 바라보면 안타까움이 가득한 게 인생이다. 흘러만 가는 강물 같은 세월이지만 살아있음으로 얼마나 행복한가를 더욱더 가슴깊이 느끼며 살아가야 하겠다.알베르 카뮈는 “이것이 나의 생각이다” 하고 제대로 내놓고 말할 수 있는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가지는 데에는 10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했다. 공자가 말한 15년의 연륜은 뜻을 세우는 입지(立志)의 시간이다. 이제 경상매일신문도 입지의 시간을 보내고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면서 방향을 정확히 잡아 새로운 150년의 목표를 향해 나갈만한 연륜에 도달하였다.
본지가 오늘로서 창간 17주년 지령 3824호를 내는 소회가 어느 때보다 남다른 이유다. 3년 후 20주년 또는 50년 뒤에도 나날이 진화하는 신문으로 변모할 것을 독자들과 지역민들에게 약속드리며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