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그가 보고 싶어서 간 것은아니었다./ 그가 불러서 갔을 뿐말이 그리웠던 그는들어줄 사람이 필요 했던 것이다초록 이파리의 초대장을 받고 갔더니연실 이야기한다./ 저러면서입이 간지러워 8백년을 어찌 살았을까수 년 동안 묵었던 이야기는 말고최근 이야기를 들려준다.가지 위 비둘기는 추임새를 넣고앞집의 쇠비듬댁들은 기립을 하는데너희는 내 뿌리위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된다고본디 인간이 갈 길과 내 가야 하는 길들이 다르니그냥 그렇게 들어주기만 해도 된다고그러나/ 내게 들은 말은 옮기지는 말라고그래도 또 듣고 싶으면/ 다시 와도 된다고.<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세상은 세찬 파도이다. 바람이다. 돌무지다. 시장바닥이다……세상을 정리하는 개념에는 원칙이 없다. 느끼는 바대로, 겪었던 대로 표현한다. 굳이 공통점을 찾으라면 -만만하지 않다와 쉽지 않다- 정도일 것이다. 세월을 거치면서 세상의 마디를 하나씩 만들어 갈 때마다 부딪히는 많은 난관을 어디에 하소연할 곳은 분명 필요해진다. 말조차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괴로운 심정에서 스트레스가 차오르기 때문이다. 말 못해서 생기는 병이 너무 많다. 내가 나를 풀어내려면 꼭 필요한 사람-들어 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자식에게나, 남편에게, 아내에게 혹은 지인에게 털어 놓는 것도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찾는 교회나 성당이나, 절이 북적이는 이유다. 그 곳마저 한계가 느껴질 때 ‘반계리 은행나무’에게 가면 된다. 들어 주기만 하고 말을 옮기지 않는 존재, 그러기에. 편안하다. 팔백년 보다 더 많은 세월에도 여전히 깊은 뿌리를 뻗어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에게 들었을 온갖 하소연과 원망과 비밀의 말들을 그 뿌리에 저장해 두었기 때문이리라. 열매인 은행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못들을 것을 너무 많이 들었기에 어쩔 수 없는 생리 현상이라고… 거기까지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그 뿌리들은 땅 속 깊이 잔뿌리를 만들어갔으리라. 들어주기만 하고 결코 뱉지 않는 사람 곁에 사람들이 많은 이유인 것이다. 들어만 주는 사람에게 있을 말 못할 하소연은 ‘반계리 은행나무’ 가서 할 것이다. 은행나무의 잎이 풍성한 이유일 것이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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