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줄에 새 두 마리
한 마리가 다가가면 다른 한 마리옆걸음으로 물러선다 서로 밀고 당긴다먼 산 바라보며 깃이나 추스르는 척땅바닥 굽어보며 부리나 다듬는 척삐친 게 아니다 사랑을 나누는 거다작은 눈망울에 앞산 나무 이파리 가득하고새털구름 한올 한올 하늘 너머 눈 시려도작은 몸 가득 콩당콩당 제짝 생각뿐이다사랑은 옆걸음으로 다가서는 것, 측근이라는 말이집적집적 치근거리는 몸짓이 이리 아름다울 때 있다아침 물방울도 새의 발목 따라 쪼르르 몰려다닌다그중 한 마리가 드디어 야윈 죽지를 낮추자금강초롱꽃 물방울들 땅바닥을 적신다팽팽한 활시위 하나가 하늘 높이한 쌍의 탄두를 쏘아올린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사랑은 옆걸음으로 다가서는 것’이란다. 정면을 비켜서 옆을 지킨다는 일.새들의 사랑이 어쩌면 저리 사랑스러울까. 앙징맞다. 간지러울 정도로 귀엽기짝이 없다. 옆으로 다가서면 한 발자국 ‘옆걸음’ 으로 물러서는 몸짓이라니…‘작은 몸 가득 콩당콩당’ 설레이는 모습처럼, 부끄러운 듯 애교쟁이처럼~ 꼬리 살랑살랑 옆 걸음질 하며 안 본 척 다 보고 있으면서 말이지. ‘새털구름 한올 한올 하늘 너머’까지 다 봤잖아. 눈망울에 다 들어있는 걸. 한발자국 발걸음 떼는 옆지기의 행동거지도 봤잖나~ 그러면서 못 본 척 딴전 피우는 모양새라니. 에유유 그러다가 결국 ‘금강초롱꽃 물방울들 땅바닥을’ 적시게 하는구나. 사랑이란 본래 저런 속성을 가졌나보다. 사람이나 새들이나 좋아하는 감정은 숨길 수 없다는 것. 눈망울에서 뚜욱뚝 떨어지는 달콤함이 누구에게나 보이거든. 서로 안 보는 것 같지만 다 보고 있고, 무관심한 것 같지만 모든 촉수는 둘에게만 다 쏠려 있다는 것, 둘만 모를 뿐 다른 이들은 다 알고 있는데 둘은 다른 이들이 모를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것. 그런 사랑이 이 세상에는 늘 존재하고 있다. 그렇게 존재하는 사랑이 있기에 세상은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이지.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