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가 마음에 돌덩이 하나가 쿵 떨어지는 듯한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저자는 지방의 공기업에서 38년동안 근무를 하고 정년 퇴직을 한 후에 온화한 눈빛으로 살아가려고 했는데 백발이 되어서도 핏발 선 눈으로 거친 생계를 다시 이어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합니다. 딸은 시집을 가서 외손주를 낳았는데 막내인 아들이 등록금이 엄청 비싼 로스쿨에 진학하면서 아들의 학비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서 60이 넘은 나이에 또 다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적어 놓았습니다. 첫 직장이 버스터미널의 배차를 담당하는 일을 맡았는데 자신을 보고 다들 임계장이라고 불렀는데 알고 보니 임시계약직이라는 말에 노인 장자를 하나 덧붙인 말이더랍니다. 임계장이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라는 뜻인데 그들이 하는 일과 처우가 그렇게까지 비참하고 처절한줄은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하루는 아파트 경비원으로서 음식물 쓰레기통을 씻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의 호통과 함께 ‘어이 경비! 너 전에 공기업에 근무했다며? 거기서 국민 세금을 마구 쓰던 습관을 아직도 못 고쳤군..이 새끼 당장 잘라야 할 놈이네....’ 얼떨결에 혼줄이 나고 있는 자신을 향해서 다른 경비원이 일러 주기를 저 유명한 김갑두를 조심하라고 진즉 말해 주었어야 했는데 미안해요 하더랍니다. 김갑두란 갑질의 두목이라는 뜻이랍니다. 노후된 아파트의 경비원은 24시간 근무와 냄새나는 지하주차장에서 식사를 해야 하며, 빌딩의 경비원들은 공동화장실과 붙어있는 반지하의 냄새나는 그 곳에서 여럿이 함께 잠을 자면서 일을 한다고 합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이처럼 고통스러운 삶을 살며 그들을 처절하게 짓밦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구나 하는 것을 책을 통해서 알았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저자는 가족들에게 부탁하기를 이 글은 이 땅의 늙은 어머니, 아버지들, 수많은 임계장들의 이야기를 나의 노동일지로 대신 전해 보고자 쓴 것이니 책을 읽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더라도 마음 아파하지 말기 바란다. 라는 마지막 페이지의 글이 묵직하게 마음이 남겨졌습니다. 이 땅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많은 이웃들이 그리스도인들은 얼마나 다르다고 생각할까? 라는 긴 여운이 남습니다. 우리는 좀 달라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