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 걸음에 놀란참새 떼가 비눗방울처럼 날아 올랐다흐린 그림자, 공기 방울 풍선들이웃음 부딪으며 깔깔거리다 터졌다햇구멍 열린 아침 강가 덤불서 솟아둥실거리다가뭇없이 사라지는 흐린 열 몸살들참새 떼가 날아오르며 흩은당신 생각칡꽃 향이, 바람에 어지럽게 날렸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시골의 여름은 상상만 해도 싱그럽다. 물기 촉촉한 초록 잎이다. 이른 아침, 뜰 한 귀퉁이 포도나무에 영근 포도송이 단맛을 보러 온 벌떼들 부웅부웅거리는 소리, 장독대 옆 봉숭아 진분홍 꽃에서는 새벽이슬이 또오똑 떨어지고, 뒷마당 담 너머로 댓잎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참새 떼가 비눗방울처럼’ 후루룩 날아오르면 여름의 아침이 열린다. 터벅이 황소 지나가는 소리에 동녘이 붉어지곤 했다. 잠 없는 할아버지 곰방대 끝에서 하루가 열리듯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렇게 ‘여름 아침’이 툇마루에 스며든다. 시인도 아마 여름 아침을 시골에서 맞이한 듯하다. ‘아침 강가 덤불서 솟아 둥실거리’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당신 생각’에 젖어서 새벽을 걷고 있었나 보다. 칡꽃 피어있는 곳에 참새떼들이 앉아 있다가 발자국소리에 우르르 날아올랐겠지. 그럴 때 칡꽃 향기가 바람에 날렸을 게다. 당신을 향한 마음만큼이나 달콤하고 기분 좋은 향기가 온몸을 감쌌을 것이다. 싱싱하고 풋풋한 그리움이 솟아나는 시골의 ‘여름 아침’은 늘 향수(鄕愁)의 우물을 퍼 올리게 한다. <박모니카>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