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단체 모임같이 수런대는 곳에서맨 구석 자리에 앉아 보일 듯 말 듯몇 번 웃고 마는 사람처럼예식장에서 주례가 벗어놓고 간흰 면장갑이거나그 포개진 면에 잠시 머무는미지근한 체온 같다 할까또는, 옷장 속슬쩍 일별만 할 뿐 입지 않는 옷들이나그 옷 사이 근근이 남아 있는희미한 나프탈렌 냄새라 할까어떻든단체 사진 속 맨 뒷줄에서얼굴 다 가려진 채정수리와 어깨로만 파악되는긴가민가한 이름이어도 좋겠다있는가 하면 없고, 없는가 하면 있는오래된 흰죽 같은,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보이는 듯 보이지 않고, 가까이 있는 듯 멀리 있는 낮달…그렇게 낮달 같은 사람이 있다.있는 듯, 없는 듯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지만 분명히 그의 존재는 있다. 있을 뿐 아니라 어두워졌을 때 그의 모습은 빛을 발한다. 어둠 같은 시련을 겪거나 고통에 시달릴 때 그는 낮달의 모습을 버리고 밝고 환하게 앞길을 열어주는 저녁달의 존재로 살아난다. 그가 곁에 있으면 힘이 된다. 그의 격려는 빛이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내게도 있다. 타인을 빛나게 해주는 대신 자신의 모습은 나타내지 않는다. 내가 힘들어 지쳐 있을 때, 어둠 속 괴로움으로 허덕일 때나 헤맬 때 슬며시 다가와 내 손을 잡아주거나 등을 토닥거려준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위로, 비로소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행운이다. 낮달은 주변을 밝히고 자신은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낮달 같은 고마운, 그런 사람. 나도 때로 누군가의 낮달이었으면 하던 때가 있었다. ‘있는가 하면 없고, 없는가 하면 있는 오래된 흰죽 같은’ 푸근함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을 때가 참 많았다.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