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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한 풍경을 바꾸는 동안나는 액자 속과 탁자에도 있었고걸레 빤 물과 먼지들 속에도 있었다//하루가 제 얼굴을 부비는 시간,봄 들녘, 타오르던 아지랑이 하마 저물어 식고놀던 동네 아이들, 배고파 앞이 캄캄해지는 시간강변 마을 해사한 흰 꽃들이조용히 입 다무는 때//저녁 여섯 시가 내게도 와 주다니!나 뒤늦게 행복해도 되는가, 내 안에 너는고요하고 지극하게 들끓는다2갯버들 보드라운 솜털에 입 맞추며저녁의 안부를 묻는다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마음이란 것너도 갖고 있었구나아, 눈물겨운 것아//벚꽃 천지에서의 화사한 하루,봄날의 나른한 비애로 얼룩진 꽃구름 아래평화는 적막하여서야 비로소 내 것이구나,삶의 신자 되지 않는 것 없구나!3서쪽 하늘 비껴가는 흰 죽지 새 한 마리가‘크나큰 긍정’을 가르쳐 준다슬픔 없는 존재란 없는 것이라고……//저녁 여섯 시는 흐린 하늘에도 길 있음을 보여준다4산비둘기가 가장 슬픈 족속이다비 맞는 숲의 오래된 적막을낮고 구슬픈 흐느낌으로 깨뜨린다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는 게슬픔에도 힘줄이 있다면 그러하리라//꿩 울음소리에는 깊은 숲의 울림이 깃들었다그 울림의 심연을 여섯 시가 지나간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퇴근 시간, 저녁 여섯 시. -부산스럽고 즐겁고 자유로운 시간을 알려주는…시간, ‘저녁 여섯 시는 흐린 하늘에도 길 있음을 보여준다’ 그 시간은 ‘하루가 제 얼굴을 부비는 시간’이다. 행복해져도 되는 시간이며 ‘울림의 심연’ 속에 잠겨 들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삶의 신자’가 되게 하는 ‘저녁 여섯 시’는 발걸음이 저절로 집으로 향하게 하는 시간인 것이지.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