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대 기초의회 원 구성’을 두고 지방의원들은 물론 지자체, 지방 정가와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지역 기초의회는 이미 의장단 선거는 물론 위원회 구성까지 끝난 곳도 있지만, 이번 주 초에 마무리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인접한 두 지역 기초의회 내에서 벌어진 너무나 상반된 두 가지 유형의 투표상황을 두고 무엇이 더 민주적 절차에 가까운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두 지역 모두가 나름 좋은 방안이라고 채택해 지금껏 준행해 온 의식과 절차·여건들이었겠지만, 비교에 따라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먼저 점검할 부분은 구미시의회 의원들의 투표에 임하는 태도다. 이미 관행이 된 탓인지 대부분의 의원들이 투표용지 배부처를 향하기 전, 일어서서 정면 단상의 의장석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은 물론 투표용지를 기표 후 투표함에 넣고 나서 또다시 의장석을 향해 돌아서서 인사하는 것이다. 25명의 구미시 소속 전 의원들이 그러한 형태로 의장석을 향해 예우를 갖추니 임시 의장의 위치는 더할 나위 없이 높아만 보였고 의장의 관할 아래 일사분란하게 투표 업무가 치러지는 듯 했다. 이는 의원들이 일반적으로 의회 내에서 의사 일정 수행 시 행하는 태도와 동일한 자세였기에 ‘문제 될 것이 없다’라고 말할지 몰라도, 선거제도의 취지와 자유민주주의 근본정신을 생각한다면 마땅히 근절돼야 할 문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에 반해 김천시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서자마자 투표용지 배부처로 향했고,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서 곧바로 자신의 의석으로 돌아갔다. 의장석에 대해 의식할 필요 없이 투표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여줬다. 선거의 향배를 좌우하는 투표만큼은 ‘의회 전체를 존중하는 뜻에서 이뤄지는 의장 예우’ 형식을 넉넉히 넘어서야 참된 민주주의 실현에 한발 더 다가설 것이라고 생각한다.공정한 선거 수행을 위해선 어느 누구도 투표장 내에서 타인을 의식하게 만들어도 안 되며, 누구에게도 어떠한 형태(유·무형)의 압력 행사 및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도 절대 안 된다. 자유롭고 질서 있는 분위기와 여건 가운데 평안하게 본인만의 생각으로 투표에 임하도록 도와야 한다. 투표관리관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기표가 행해지는 북한 등 공산권의 기표와는 분명 다르다고 하지만 주변인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라면은 충분히 개선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기표장과 관련된 문제이다. 김천시의회의 경우, 옷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인용 탈의실(목조) 형태의 기표장을 별도로 마련, 투표가 진행된 반면 구미시의회의 경우는 의회 내부 일부 공간을 활용, 기표 후 돌아서 나오게 만들었다. 창고같이 보이는 내부 공간에 입·출구를 별도로 사용했지만, 그 안에 몇 사람이 미리 들어가 있는지도 외부에선 전혀 알 수 없는 구조였다. 어떠한 사건 발생도 없었던 것으로 알지만, 간이 기표소를 선관위로부터 임대하든지, 김천시의회처럼 별도로 시설을 마련하든지 했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소 금액이면 갖출 수 있는 간이 기표 시설마저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비난을 받아도 마땅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회 내에서 투표가 이뤄질 시 의장석은 투표 관리관의 입장에서 투표 중 불법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 되지 않도록 미리 잘 관찰하고 사전 예방에 힘쓰는 곳이어야지 예우를 받기 위한 장소가 돼서는 안 된다. 선거 과정에서의 합법성과 공정성, 절차의 합리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투표 시 의장석에 대한 예우 절차는 반드시 근절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김천시의회의 의장단 선출 과정을 봐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으로 공정성이 더욱 담보됐다는 인식만 강했을 뿐, 의장에 대한 예우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였다. 투표장은 형식적으로는 의회 내부에 위치하기에 의회 관행이 준용될 수 있다고 하지만, 공적 투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의회가 활용되는 것인 만큼 투표장 규정이 준용돼야 마땅하다. 투표장에선 설사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평범한 국민과 동일한 1표만을 행사하며, 그 또한 투표장 내 어느 누구에게도 예우를 기대하거나 강요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잘못된 관행과 절차들이 민주주의의 근본정신과 선거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면 이는 곧바로 개혁돼야 한다. 작은 부분의 타협이 후일 근본정신을 상실케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집권적 권력구조 하에 지방을 단순히 중앙권력에 복종하는 하부기관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이념 가운데 출범한 것이 지방의회라고 생각한다면, 가장 민주적인 절차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이를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결코 이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겸손도 지나치면 예의를 벗어난 것이란 지적이 있듯 구미시의회의 의장석 예우 조치가 의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라 할지라도 관리 부서 또는 의회 지도층에 속한 이들이 앞장서 개선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