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토해지고 있다머리에 귀를 두 개씩이나 달고서도들리지 않는 콘크리트 같은 거리에 선 지 오백 날내 입에선 붉디붉은 말들이 흘러내리고 있다질러대는 말들이 노을 속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심장 옆에 귀가 붙어 있었다면쫓기는 말발굽의 말은 아니었으리멀리서 들리는 신열에 들뜬 신음소리에도 심장이 팔딱팔딱문 박차고 너에게 날아갔을 테니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는 컴컴한 방안에서혼자 울지 않았어도 되리빈창자 속을 흐르는 물소리 천둥처럼 울렸겠으니몇 번씩 찾아갔다 차마 말 못하고 돌아서던 내 등에눈물방울 져 내리는 소리 들을 수 있었겠으니고프다 아프다,말은 필요 없었으리입 없는 것들의 말도 들을 수 있었겠으니뽀루룩 뽀루루룩 지렁이 우는 소리연분홍 치맛자락을 놓친 꽃받침이 암 수술 꼭 잡고눈시울 붉게 흩날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겠으니저 멀리서 말이 스멀스멀 새어 나온다첩첩이 서로 포개고 기대고 앉은 먼 산안개와 구름 속에서 푸른 입들이 딸싹딸싹깎아지른 벼랑을 지우며 말이 태어나고 있다입 없는 말저 희푸른 산의 말속에 들고 싶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그랬을 것이다. 심장 옆에 귀가 있다면 심장이 토해내는 소리 다 들었을 것이다. 심오한 언어를 듣고 진실의 말에 대한 무게를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열리기 힘든 깊은 가슴, 열어 보였을 것이었다. 때로는 무게 없이 속살거리는 소리 때문에 귀가 간지러웠을지도 모르겠다.만일 ‘귀가 심장 옆에 붙어 있었다면’ 가슴에 가득 찬 말이 있어 그 집 앞까지 ‘몇 번씩 찾아갔다 차마 말, 못하고 돌아서던 내 등에 눈물방울 져 내리는 소리’ 그 누군가가 들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 심장의 말을 듣고 여과 없는 순수한 마음을 이해해 주고 토닥여 주었으면 참 좋았을 것이다. 세상과 부딪혀 살아가면서 입이 있어도 말 못 할 때가 허다한데 조물주가 입 없는 심장에게 귀를 붙여주지 않은 이유, 곰곰 생각해 본다. 흐음,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인간에게 상상력(想像力)이란 멋진 능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