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정치이념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고 경제 이념은 자본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 전체의 구조는 하부구조인 자본주의 체제와 상부구조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이원적 상부·하부구조로 구성되어 있는 한국사회는 해방 후에 역동적인 변화과정을 거치면서 구조적 모순점이 구조화, 고착화됐다. 각종 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개별적으로 그 구조적 모순점을 지적하면, 먼저 언급할 수 있는 구조적 모순점은 지역의 갈등구조이다. 지역갈등의 구조적 모순점은 호남사람들과 영남사람들이 많이 사는 서울과 지방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이러한 모순점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뿌리 깊은 역사성을 갖고 있다. 71년 대통령 선거 이후 한국정치에서 지역적 갈등구조는 새로운 정치학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대통령선거에서 사활을 건 후보 간의 치열한 경쟁이 그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급속한 공업화와 성장 책이 평등보다 능률을 존중케 했고, 그 초기의 정책이 지역개발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또한 특정지역 출신의 인물들이 우연히 계속 집권하게 됐다. 그러한 과정들이 뿌리 깊게 자리 잡으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둘째, 이념적 갈등구조이다. 우리사회의 이념적 갈등구조도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이다. 군부대 민주화, 보수 대 혁신, 민주대 반민주, 산업화대 민주화 등 이념적 갈등구조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리사회가 발전 할수록 이러한 이념적 갈등구조는 타파되어야 마땅하지만 그 갈등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사회의 이러한 상부구조에 고착화된 갈등구조는 인간관계의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우리 인간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사회관계를 맺게 마련이다. 인간관계는 혼자 살지 않는 이상 누구나 필요한 사회적 네트워크 중의 하나다. 이러한 인간관계는 사회구조를 형성하는 핵심요소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의 구조도 인간관계의 네트워크를 핵심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그 인간관계는 사회의 일반적인 사고체계에 의해 절대적인 지배를 받는다. 한국사회를 구조적으로 살펴볼 때 그 구성요소인 인간관계는 타자를 배제한 채 모두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며 그런 경향성은 이미 사회적으로 구조화되어 버렸다. 여기에 가장 기본적인 근대성의 특징인 합리주의는 개입할 여지가 없어져 버렸다. 지금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지배하는 핵심키워드는 ‘지속가능한 자기들끼리의 관계망 형성’이다. 한국 사회의 인간관계는 이 같은 ‘지속가능한 자기들끼리의 관계망 형성’에 함몰되어 이미 구조적으로 고착화 되어 버렸다. 의식적으로 구조화된 인간관계는 타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따라서 구조화된 인간의 의식자체를 변혁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