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새해라 해돋이다 여행이다 분주하고 나서지만 저는 이력서 쓰느라 해돋이는 꿈에서나 볼려구요” 방금 입사 지원서를 쓰고 나왔다는 최모(27ㆍ경주시 용강동)군.
“취업이 되도 해마다 오르는 기름 값이다 식대비다 100여만원의 제 월급으론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이직을 꿈꾸지만 돈을 더 벌수 있는 타 지역으로 가기엔 생활기반이 없어요” 또래 친구인 정모군이 말했다.
30일 오후 포항 모 중소기업 앞. 입사원서를 내고 돌아가는 두 젊은이들의 뒷모습에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실업률은 7%대이지만 실제 청년들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은 22.1%로 이 보다 훨씬 높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2011년 10월 현재 청년 실업자와 구직단념자 등 사실상 실업상태에 놓인 청년을 포함할 경우 ‘사실상 실업자’ 숫자는 110만1000명에 이른다” 며 “사실상 실업자를 반영한 체감실업률은 22.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실업자는 실업자와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취업무관심자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청년 인구는 2003년 1036만여명에서 2011년 959만여명으로 줄어든 반면 실업자는 2003년 99만명에서 2011년 110만1000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해가 갈수록 청년들의 취업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정부와 각 지자체는 새해 목표로 ‘일자리 창출’을 내걸었다. 경북도 역시 지난해와 같은 올해 도정 방향으로 ‘일자리가 있는 경북, 가가호호(家家好好) 행복한 경북’을 만들기 위해 모든 조직과 예산을 최우선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6만3615개의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2011년 11월 현재 경북지역의 고용률은 63.2%로 지난해 보다 오히려 0.4p가 더 떨어졌다. 비경제활동인구 또한 증가해 78만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경북지역 청년실업률은 지난 2006년 최고였던 8%대를 벗어나 2011년 9월 현재 6.6%대를 보이고 있지만, 각 단체들이 올해 수출증가율, 기업경기전망 등 경제지표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어 지자체가 목표로 잡고 있는 청년실업률을 6%대 이하로 묶어둔다는 계획은 다소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역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지역 기업이 간의 눈높이를 맞추기도 여간 쉽지 않다.
경북도는 지난해 말 모 지역대학에서 청년 구직자와 지역 기업 간 취업박람회를 열었다.
이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는 3000여 명으로 대부분 대학생과 대학 졸업생이었다. 경북도는 최대 1000여 명이 취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얼마나 취업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박람회에서 청년 구직자들은 유망 중소기업들의 정보를 얻은 데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했지만, 급여와 복지수준에는 만족스러워하지 못했다.
한 대학생 참가자는 “박람회에 나선 기업들은 정보통신과 벤처, 에너지 등 이공계열 중심이 많다”며 “인문사회 분야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업이 골고루 참여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기업은 기업대로 불만스러워했다. 최대한 좋은 조건을 내세워 채용에 나섰으나 실력 있는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청년 구직자와 지역 기업 간의 매치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지역 청년들의 눈길과 발길은 서울ㆍ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포항지역 대학생들 절반이 넘는 과반수가 경북을 벗어나 타 지역으로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조사한 ‘포항시 구직자들에 대한 취업관련 희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4년제 모 대학 학생들의 97%가 경북을 제외한 타 지역으로 취업을 희망했으며, 2~3년제 대학학생들은 절반에 못 미치는 49%만 지역 내 취업을 선호했다.
특히 학생들은 사무관리직이나 연구개발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컸으며, 지역 내 생활기반시설, 임금 및 복지, 고용안전성 등을 중요시 했다.
이처럼 지자체들은 지역 인재의 외부 유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자리의 양적성장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급여나 고용안정성이 높은 ‘괜찮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포항본부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지역경제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냥 기업’이 아니라 지역경제성장과 고용을 함께 견인할 수 있는 첨단 부품ㆍ소재 산업이나 지식기반서비스의‘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장성재기자
jangsj@ks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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