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새해부터 발효된 새 헌법이 기존의 민주적인 시스템을 약화하고 여당의 권력독점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를 주축으로 시민 약 10만명은 2일 밤(현지시간) 개정 헌법인 `기본법(Basic Law)`의 발효를 기념하기 위한 갈라쇼가 열리던 헝가리 국립오페라 극장 부근에 모여 기본법과 집권당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개헌이 거대 여당의 권력 독점을 위한 것이 됐다며, 기본법은 인권보장과 차별금지 조항이 후퇴했을 뿐 아니라 사법부와 중앙은행의 독립성도 훼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 주최 측인 `연대`의 산도르 세케이 공동의장은 "기본법은 (공산정권이 무너진) 1989년에 시작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정권 교체에 성공하면 89년 체제로 복귀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의석수의 2/3를 차지한 거대 여당인 피데스(청년민주동맹)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지난 4월 국내외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야당은 표결을 보이콧했다.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등 국제사회는 그간 헝가리 개헌에 우려를 표명했다.
헝가리와 IMF 간 구제금융 사전 협의는 기본법상의 중앙은행 조항에 대한 이견으로 지난달 조기에 중단됐다.
그러나 중도 우파 여당은 기본법이 1989년 시작된 헝가리 민주화를 완성하는 것이라며 옹호하고 있다.
기본법은 기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40개에서 24개로 축소하는 한편 법원의 헌재소장 임명권을 국회로 이전하는 등 법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대통령에게 중앙은행 총재뿐 아니라 부총재 2명의 임명권을 부여하고, 헝가리 통화 `포린트`를 조문에 명시함으로써 개헌이 아니고서는 유로화를 도입할 수 없도록 못박았다.
이밖에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고, 수정란 단계부터 태아의 권리를 명시함으로써 낙태금지 입법의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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