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민주주의의 열망을 키워온 러시아 중산층이 시위의 핵심이 되면서 역대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온 `발본색원식` 시위 탄압이 설 자리를 잃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러시아 혁명사를 통해 분노한 대중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는 구 소련 공산당 지도자들에게 `시위는 싹을 틔우기 전에 뿌리 뽑는다`는 기조는 그야말로 역사에서 건져낸 것이었다. 시위대의 개혁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여성과 아이들의 평화시위를 허용한 니콜라이 2세가 들불처럼 번진 시위를 감당치 못한 채 마지막 황제로 기록된 사실은 소련 집권자들의 뼈에 각인된 교훈이었다. `21세기의 차르(절대군주)`로 불리는 포스트 소련 시대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역시 이 교훈을 충실히 흡수, 철저한 예방과 탄압으로 시위의 싹을 잘라왔다. 그러나 지난 달 실시된 총선의 부정선거 시비와 관련해 모스크바에서 전개된 시위에서 러시아 당국은 이 같은 강경 대응을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NYT는 그 이유를 시위 주도세력의 변화에서 찾았다. 경제적·정치적으로 억압받는 노동계층이 아닌 정치참여의 열망을 지닌 중산층이 시위의 주축이 되면서 당국은 과거와 같은 형태의 대응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위대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생산적인 부분을 대변한다"는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 부총리의 분석이 말해주듯 `경제성장`을 3선 도전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푸틴으로선 국가 경제의 동력인 중산층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100여 년 전 죽기살기로 `봉기`했던 농민, 노동자들과 달리 파티에 나온 것처럼 경쾌하게 저항하는 21세기형 시위 모습에 경찰도 강경진압의 명분을 찾을 수 없었다고 NYT는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 자문그룹에 속한 경제학자 예브게니 곤트마커는 "러시아 지도자들 돈으로 통제되지 않는 시위대를 다룰 `공식`을 갖고 있지 않다"며 "지금 일어나는 일은 러시아가 서구국가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곤트마커는 이어 "대중정치 참여는 더 이상 미미한 수준이 아니다"며 "러시아에서 처음 일어난 이 같은 현상은 러시아가 유럽의 길을 택해야 함을 말해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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