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영열기자]“문화란, 예술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시민이 공유하는 것이며, 보수와 진보란 진영 논리를 넘어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弘益人間)이다.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살도록 돕는 역할을 감당한다.” (청소년 시절부터) 인간문화재들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국악인으로 사회에 첫 출발, 상임 지휘자, 예술감독, 단장, 음대 교수 등을 거쳐 한국을 대표하는 국악인 위치에 오른 박상진 한국예술문화콘텐츠연구원 원장(동국대 명예교수)을 만났다. 그는 ‘한평생, 남이 작곡한 곡만을 연주할 순 없다’는 생각에 지역의 독특한 문화 발굴에 나섰고, 이를 반영한 새로운 곡을 창작해 국악오케스트라와 국악 칸타타, 세계 최초로 국악기만으로 비발디의 사계(전 악장)를 연주하는 등 평생을 창작 활동에 매진해 왔다. 특히, 평생 국악교육(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 온 박 원장은 예술단체 책임운영을 통한 예술행정가, 작곡·지휘(예술인), 저술 및 논문 발표, 음반 제작, 공연기획, 연출 등 40여 년간 전통음악과 문화예술, 교육의 현장에서도 국가와 지역사회, 전통문화예술의 새로운 가치 창출에 기여하고자 한결같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박상진 원장은 국악문화 창달과 관련해 세계로부터 인정받을 정도로 우리 국악계를 빚낸 인물로 알려졌다. 지역문화 발굴과 체계화, 세계화에 앞장선 국악인으로 세계로부터 인정받아 우리나라 국악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3대 인명사전 2곳에 등재된 인물이다.지난 2011년 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 시절, 박 상진 원장은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의 21세기 탁월한 지식인 2천명’에 선정됐으며, 같은 해 미국인명정보기관(ABI)의 ‘21세기 탁월한 지성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 박 원장은 “한국 전통음악을 전공하는 국악도로서 응당히 감당해야 할 국악의 발굴과 체계화, 세계에 알리려고 노력한 부분들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며, “전통음악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격려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빌보드 차드를 수주일째 석권하면서 전 세계 수천만명의 팬을 보유했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국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소녀시대의 노래 ‘아이갓어보이’가 각각 휘몰이장단과 동살풀이장단에서 나온 것임을 처음으로 밝혀낸 이가 바로 한국예술문화콘텐츠연구원 박상진 원장(철학박사·동국대 명예교수)이라고 들었다. 지난 2012~2013년도 전 세계 유튜브 25억뷰를 넘어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012년도 말 미국 CNN과 월스트리트 저널 등 언론 매체에서 대서특필되면서 음악평론가들이 관련 기사들을 많이 게재했다. 당시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살펴보니,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에 일반화된 일렉트로닉 음악이고 말춤도 자신들의 것과 비슷한데 이 안에 음악적으로 뭔가 알 수 없는 기기묘묘한 것이 들어 있다’고 분석했다. 자기네들이 평소에 접했던 음악과는 분명하게 속이 다르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 때 호기심을 가지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악보를 구해서 보게 됐다. 악보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뭔가 익숙한 리듬이 들어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여러 통로를 통해 분석해 봤더니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처음부터 국악의 휘몰이장단으로 작곡됐고, 그 안에는 수많은 변형 장단들이 들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물론 작곡자는 처음부터 국악의 휘몰이장단으로 계획하고 작곡한 것이 아니라 작곡하고 보니 휘몰이장단이었고, 이러한 분석들을 통해 드러난 것뿐이다. 이런 분석이 아니었다면 그냥 빠르고 재미있고 흥겹게 그냥 넘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이는 곧 메트로놈 140의 빠른 리듬과 함께 “오빠는 강남 스타일~” 등 한글 가사로 만들어진 노랫말이었기 때문에 그 속에 우리의 휘몰이장단이 성립할 수 있었다고 본다. 아마 영어로 노랫말을 만들었다면 이러한 장단이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K-POP이 전 세계에 유행하자, 한류의 더 큰 확산을 위해선 ‘가사를 영어로 만들자’ 또는 트로트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꺾기를 없애면 된다’란 주문도 있지만, 서양 것을 흉내 낸다고 세계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국악의 세계화는 우리의 것(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세계인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기반으로 우리만의 독창성이 어우러질 때 세계인들도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방탄소년단(BTS)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이 한글공부를 하게 되면서 한국문화에 점점 빠져드는 것을 보게 된다. 좋은 음악의 영향력이 이런 것이다. 우리가 더욱 전통문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성장과정과 국악 입문, 약력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6살 이후부터 서울에서 성장했다. 어릴적부터 음악과 미술 등 예술적 재능이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전국사생대회에 나가 입상하기 시작, 중학교 때까지 전국대회 대상과 최우수상을 수차례 받았다. 어릴 적 비록 국악은 배울 기회 없었지만, 가요와 성악을 접하면서 음악에 매력을 갖게 됐다. 중학교 졸업 후 전문 국악인 양성을 위해 설립된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현,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우리 음악의 진면목을 접할 수 있었다. 이어 국악에 대한 배움의 열망이 커지면서 대학입시에 치중, 서울대학교 국악과에 진학했다. 이후 석사과정으로 한양대에서 음악교육학을 공부했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 1년 전까지 동국대 한국음악과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쳤지만, 인간문화재들을 직접 초빙해 수업을 들었던 국악예고 시절을 잊을 수가 없다.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넘치는 열정과 혼이 담긴 당시 전문 예술인들의 수업 진행은 훗날 교수로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 국악을 통해 드러나는 우리 국민들의 높은 음악성과 뛰어난 창의력에 대해…일본인들의 전통에 대한 미덕은 200~300년이 지나도 기본 매뉴얼 그대로 지키는 것이지만, 우리 민족은 이를 변형시키고 계속 발전시킴으로써 하나의 장단에 있어서도 변화무쌍한 변화를 볼 수 있다. 다양한 변화를 불러올 만큼 뛰어난 창의력을 가진 민족이 우리 민족이다. 국악에 있어서도 창의적 습성을 발휘, 자꾸만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독창성이 모든 분야에서 드러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소녀시대의 ‘아이갓어보이’, 엑소의 ‘으르렁’ 모두 휘몰이장단과 동살풀이장단이 내재된 음악이나 느낌이 모두가 다른 것과 같다. 이들이 주도한 한류음악이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국악이 근본이 되지 않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이며, 한류 꿈나무들이 국악을 배우는 까닭이다. ◇ 서울과 호남, 대구, 경주 등 전국을 두루 다니며 예술계 지도자로서의 활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문화 발굴과 체계화, 세계화에 앞장선 국악인으로서의 삶을 정리한다면…30대 중반, 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 단장 시절(1989~1995)에는 호남이 국악의 고장이라고 하나 판소리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것을 보고 지역문화 개발의 일환으로 매주 토속민요를 발굴해 발표했다. 이어 국악오케스트라를 구성,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곡들을 매주 작곡해 발표하던 중 KBS홀에서 연주할 기회도 얻었다. 이러한 내용들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KBS 인간극장에서 방송되기도 했다.대구시립국악단 예술감독 시절(2002~2006), 하계 유니버시아대회를 빛내기 위해 국악뮤지컬 공연을 기획했다.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을 ‘강은 강을 만나 바다로 간다’란 슬로건 아래 김유신과 선덕여왕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국내 최고의 문화 여건을 갖춘 도시 서울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 직무를 수행(2006~2008)하면서 정기 연주회와는 별도로 역사와 인간의 삶, 한강 등을 조명한 종합창작공연 `2008 아리수 진경`을 기획했다. 겸재 정선이 화폭에 담아냈던 한강(아리수)의 이미지를 현재의 서울의 모습과 미래를 향한 비전 등으로 연결, 가무악극의 형식을 갖춘 국악 칸타타로 선보인 공연으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또한, 세계 최초로 국악기만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해 음악인들의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 역시 창의력이 기반이 되지 않고서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서양악기의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트레몰로 주법’을 국악에 맞게 편곡해 연주했다. 적합한 앙상블을 표현하기 위해 북한이 만든 악기인 ‘저대’(대금을 개량한 악기)까지 공수해 오는 등 순수 국악기만으로 구성, 연주에 성공했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악예술단이 ‘시민을 위해 할 일이 뭘까’를 늘 고민했고, 시민과 공유하는 작품, 와국인들에게 한국문화의 특수성과 역사·문화의 이해를 돕는 공연을 기획하려 노력했다. 지난 2013년에는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지원하는 교육부 지정 국악학생오케스트라 사업단 단장을 맡아 사업단을 성공적으로 운영, 교육부장관의 표창을 받았다. 30년 가까이 경주에서 살면서 신라 문화 연구를 많이 했다. 경주든 포항이든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좁은 지역으로 보이지만 문화의 다양성은 남다르다. 세계화 시대, 어떠한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에 알릴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문화 중심지였다. ‘신라의 역사를 통해 전해오는 향가 14수를 재현해 보자’란 기획을 하고 향가를 기록한 이두문자를 현대 감각에 맞게 재구성했다. 관련 교수들을 동원해 작곡은 국악식으로, 노래는 성악식으로 발표했다. 신라 향가를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향가와 관련된 설화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헌화가의 수로부인 이야기와 서동요의 선화공주 이야기가 그 대표적인 예다. 향가의 본래의 의미를 살려내고자 스토리텔링을 시작했고, 국악칸타타와 무용이란 장르를 통해 종합예술로 승화시켰다. 공연 장소도 경주 안압지로 선정, 신라인들이 사용하던 향가를 통해 신라 문화가 관객들에게 더욱더 공감될 수 있도록 공연을 기획했다(포항 MBC 공동주최). 10년 동안 공연하면서 1회 최고 8천명 정도까지 관객이 모였었다.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이 국악에 녹아나길 기대했고, 당시 선조들이 누리던 음악 그대로를 재현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 경상도와 우리의 전통음악·국악과의 관계경상도에서 경기민요를 듣다보면 ‘왜 여기서 경기민요를 부르는가?’라는 생각을 갖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경기민요의 근원이 경상도 토속민요인 어사용토리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과 달리 한국인은 변화와 변형을 통해 또다른 문화 창출을 이뤄내는 뛰어난 창의력을 가진 민족이다. 따라서 한국인은 규제하면 세계 꼴찌가 되지만 내버려 두면 세계 1인자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 정신은 누구나 갖고 있는데 누가 얼마나 잘 승화시키느냐’에 달렸다. 그런 정신없이 관습과 인습에 따라 과거 문화를 답습하기만 한다면 이는 체제(창조의 무덤) 속에 갖혀버림이 될 뿐이다. 결국, 흉내만 잘 내는 이는 진정한 예술가라고 할 수 없으며, 세계인들의 주목도 받을 수 없다. 경주와 포항 등 지역 문화 예술계도 서울과 대구 흉내 내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우리만의 독특한 정서를 담은 지역문화를 발굴·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행정적 뒷받침과 경제적 지원, 문화 예술정책 등이 뒤따라야 한다. 문화예술이 수반된 쉼은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 도내 일부 지자체 소속 문화단체와 관련, 내·외부 갈등이 계속되고 있음에 대해 지자체 예산 지원을 받는 문화예술단체 회원은 예술가이면서도 공인(公人)이다. 공인으로서의 예술적 행위에 대한 책임지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따라서 공인으로서 자세를 유지하면서 예술행위를 통해 자신의 예술혼을 마음껏 펼치면 된다. 그러나 절대 남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 일부 예술인 중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중시한 나머지 타인의 안목이나 입장 등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 예술가로서 자신만의 예술적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자존심을 갖는 것은 예술가로서 본연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예술행위는 간섭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런 예술적 행위는 행정과 소통하고 시민들의 정서와 어울릴 때 더욱 가치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같은 마음을 갖는다면, 기관과의 관계에 있어서 좋은 소통이 이루어져 좋은 공연기획이 가능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질 높은 공연을 시민들에게도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지역문화 창달에도 기여할 것이다. 예술인은 포용·융합·창의의 덕목을 갖춰야 한다. 문화예술단체가 건강하려면 단원 채용부터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채용에 부정이 개입되면 단원 간 갈등이 생겨나고, 부정 채용된 단원 또한 열심히 하지 않아 갈등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모든 것이 세계적인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보편성에 한국인의 창의력이 가미되어야 한다. 즉, 글로벌적 보편성과 한국적인 독창성, 그것이 한류의 요소이다.’◇ 박상진 원장 약력*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예술행정가, 교육자, 공연기획, 연출가, 지휘자, 작곡가, 저술*한국예술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학교법인 국악학원 이사장, 이북5도청 무형문화재 위원, 동국국악예술단 단장, 경주 국악대제전 운영위원(현),*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 대구시립국악단 예술감독, 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 단장, (사)중앙국 악관현악단 지휘자 역임*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정책자문위원,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국악학생오케스트라 사업단 단장(교육부 지정) 외 역임*경주세계문화엑스포 자문위원, 안동유교문화축제 자문위원, 영주선비문화축제 자문위원, 세종 문화회관 운영위원, 서울시문화상 심사위원 외 역임*국립국악원 국악경연대회 심사위원, 동아콩쿠르 심사위원, 전주대사습놀이 경연대회 심사위 원, 광주 은방울 축제 경연대회 심사위원, 전국국악대제전 심사위원 등.*각종 저술 및 논문 발표, 작곡 발표.*영국 케임브리지 세계인명사전(IBC : 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re)의 21세기 탁월한 지식인 선정 및 등재 (2010. 10)*미국 세계인명사전(ABI : American Biographical Institute)의 21세기 탁월한 지성 선정 및 등재(20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