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반도 장래를 놓고 볼 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보다 한국 사회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는 2013년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인인 백 교수는 창비주간논평에 게재한 `김정일 이후와 2013년체제`라는 제목의 신년칼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백 교수는 "북녘의 지도자 교체와 남녘에서의 2013년체제 중 어느 것이 더 큰 변수가 될까"라고 자문하면서 "한반도 전체의 장기적 전망에서는 2013년체제의 성패, 곧 1987년 6월 항쟁으로 한국사회가 한번 크게 바뀌었듯이 다음 정부가 출범하는 2013년을 그에 못지않은 새로운 전환점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한층 중요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석의 근거로 백 교수는 김정일의 급서가 북한사회의 급변사태로 직결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는 "지도자의 급서가 곧 나라의 급변사태로 이어지지 않는 시스템을 북측이 마련해놓았음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북측 체제의 `왕조적 성격`에 유의한다면 김정은의 나이가 어리다거나 후계연습기간이 아버지 때보다 짧았다는 사실도 당장에 큰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같은 유일체제라도 김일성과 김정일의 권력이 달랐듯이 김정은 체제도 많든 적든 변용을 거쳐 형성되리라 보는 게 옳을 것"이라면서 "실질적인 통치는 당과 군 엘리트 집단과의 또다른 관계 속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백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의 육체적 생명에 대한 불확실성을 곧 북측 체제의 `급변사태` 가능성과 동일시하던 시나리오가 퇴색하면서 한반도정세의 `불확실성`이 도리어 감소한 면이 없지 않다"면서 "동시에 남한 민중이 2013년체제를 건설하느냐 못하느냐는 변수의 비중이 그만큼 더 커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력은 물론 국제사회 영향력 측면에서도 남한이 북한을 압도하기 때문에 결국 남한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북한의 지도자 교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백 교수의 설명이다.
백 교수는 "얼굴을 바꾸고 `MB와의 차별화`에 성공한 구 집권세력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남한에서뿐 아니라 남북이 공유하는 획기적인 새 시대로의 전환을 이룩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관건은 역시 2013년체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체제가 다가오는 징후는 2011년 한국의 도처에서 나타난 바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례로 지난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안철수 현상`을 꼽았다.
또 SNS라는 새 매체를 통해 전에 없이 긴밀히 연결되고 소통하는 대중이 여차하면 오프라인에서도 움직일 태세가 되어 있다는 사실도 결정적이라면서 "여기에 김정일 시대의 종언은 어쨌든 변화가 불가피함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근혜 의원이 당 비상대책위 위원장으로 때 이르게 전면에 나선 것도 2013년체제를 예감케 하는 징후가 아닐까 싶다"면서 "박근혜 체제가 소통과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며 4월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그의 대선 전망도 한결 밝아지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대선승리를 위한 여당의 최대 카드가 일찌감치 무력화되기 쉽다"고 분석했다.
야권에 대해서는 "야권이 분열로 패배를 자초할 가능성도 엄연히 남아 있다"면서 "더구나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위력을 상징하는 `안철수 현상`이 추가 변수로 남아 있는데, 연대조차 못하는 야권이 그들을 끌어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