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선거일(4월 11일)이 불과 3개월 남짓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후보자들도 막판 표심을 읽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유권자들의 혼란스러움 또한 그에 진배없다.
포항에는 남구 북구 구분 없이 한꺼번에 10여명이 출사표를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다. 후보자는 많고 정보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 도대체 무얼 근거로 선택을 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포항시민인 나도 기존 국회의원이나 출마했던 후보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이름도 생소한 초선 출마자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너무 없어 걱정이다. 옛날 학창시절 시험처럼 모를 경우 무조건 한 번호를 선정하여 대충 찍을 수도 없는 것이 민주시민의 민주선거이다. 선거철만 되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를 인간이 고안해낸 가장 이상적인 사회제도라고 생각하지만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동물은 인간만이 아니다. “언론의 자유, 투표의 자유, 다수결에 대한 복종, 이 세 가지가 곧 민주주의 기본이다”라는 김구 선생님의 정의에 따르면 거의 완벽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개미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하니 놀랄 일이다.
해마다 엄청난 숫자의 차세대 여왕개미들이 혼인비행을 마치고 제가끔 자신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첨예한 경쟁을 벌인다. 이웃나라들보다 하루라도 빨리 막강한 일개미 군대를 길러내어 주변의 신흥국가들을 평정하고 천하를 통일해야한다.
이 같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왕개미들은 종종 동맹을 맺는다. 여러 마리의 여왕개미가 함께 알을 낳아 기르면 홀로 나라를 세우려는 여왕개미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훨씬 더 막강한 병력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단 천하를 평정하고 난 다음이 문제다. 성숙한 개미제국은 거의 예외 없이 단 한 마리의 여왕이 다스린다.
따라서 건국의 동고동락을 함께한 여왕들 중 한 마리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제거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여왕들이 직접 혈투를 벌여 끝까지 살아남은 한 마리가 권좌를 차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일개미들이 합의하여 그들 중 한 마리를 여왕으로 옹립한다.
일개미들은 여왕 후보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누가 과연 가장 훌륭한 지도자의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서로 조율하며 결정하고 그에 승복한다. 일개미들 중 일부는 남의 어머니를 추대하고 자신의 어머니를 물어 죽이는 패륜까지 저지르며 참으로 냉정하게 민주주의를 실천한다.
동물행동학의 최고 권위자인 이화여대 최제천 석좌교수의 개미론에 따르면 그는 1990년대 중반 오랜 미국 생활을 접고 서울대학에 교수로 부임하자 여기저기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동물행동학이라는 남다른 분야를 공부했으니 어디 한번 재미있는 보따리를 풀어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동물들의 성생활, 의사소통, 인지능력 등에 대해 멋진 사진 자료들을 동원하여 열심히 강의를 했다.
그런데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그런대로 재미는 있어 하는 것 같은데 질문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오로지 개미에 대해서만 한 시간 동안 강의를 했다. 참으로 뜻밖에도 강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에서 마구 손이 올라 왔다. ‘개미와 인간이 서로 얘기할 수 있나요? “개미도 지능을 갖고 있나요? ‘개미사회에도 반체제 개미들이 있나요?” 다른 강의에서는 질문을 구걸하다시피 했는데 어떻게 개미에 대해서는 이처럼 상상력 풍부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리 머지않아 그는 이 모든 질문들이 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실지로 개미는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서로 다양한 의사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개미학자들은 이제 개미의 페로몬과 유사한 화학물질을 합성하여 그들에게 말을 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개미들이 우리에게 대꾸만 하면 드디어 쌍방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단계까지 온 것이다. 개미 사회가 여왕개미의 무소불위 권력에 의해 완벽하게 통치되는 줄 알겠지만 실제로는 그 사회에도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반체제 세력들이 있다.
개미는 또한 우리 인간처럼 분업도 하고, 농사도 짓고, 대규모 전쟁을 일으켜 상대 종족을 말살하기도 하며, 정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 심지어는 전혀 다른 종의 여왕들과 합종연횡을 꾀하기도 한다.
자연계에서 우리 인간 사회와 가장 흡사한 사회는 단연 개미들의 사회이다. 우리나라에는 면적에 비해 퍽 다양한 개미들이 산다. 줄잡아 120종이 분포한다.
2011년 한해가 끝자락에 걸렸지만 별로 실감이 안 난다. 나만 그런가 해서 물어보니 다들 마찬가지란다. 사는 게 팍팍하기 때문이다. 4년 전에 비해 갈수록 힘들어 진 것은 4년 전 우리들의 선택이 행여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렇다고 하여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다고 이야기 할 처지 또한 결코 아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개미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또 한 번의 소중한 선택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당신은 어쩔텐가?
배동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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