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외국에서는 참전 군인들에 대한 예우가 어떠할까? 호주의 경우, 외국인이라도 6ㆍ25 한국전에 참전한 군인이 이민을 와서, 시민권을 취득하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공산주의와 싸웠다는 공적을 인정하고 연합군의 일원으로 인정, 국가유공자로 자국 군인들과 똑 같은 예우를 법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을 보면서 국가의 장래가 암담할 뿐이다. 931번의 외침을 받은 이 나라가, 또 외침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만약 전쟁이 발발할 경우, 누가 나라를 위하여 전장에 나갈 것인가? 이런 정부를 어떤 국민이 신뢰하고, 희생할 것인가? 보상도 모호한 기준을 만들어 편향적으로 시행하는 정부의 처사에 분노하지 않을 국민이 있을까! 4. 중동으로 가다 월남에서의 호경기가 국내 경제를 정상적으로 정착케 할 즈음, 중동에서 불어 온 오일 쇼크가 한국에서는 태풍으로 변하여 우리 경제는 뿌리 채 흔들리게 하였다. 1973년 제1차오일 쇼크는 1배럴당 2달러80센트 하던 원유 값을 18달러로 인상했으니 전 세계가 경제공황으로 위기에 직면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중동으로 몰려드는 ‘오일 머니’로 도로, 항만, 수로, 공항, 신도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대대적으로 집중투자하고 있었다. 한국은 이 석유파동으로 아사지경에 빠졌다. 우리가 산유국에서 수입하는 석유는 연간 60만 배럴이었다. 급등하는 수입 석유 대금을 보충하기도 버거운 실정에 빠지면서 다가온 외환부족은, 국가 부도 위기를 하루하루 버티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연속되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정부 관리들이 뉴욕 금융시장에서 100만~200만씩 달러를 구걸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한편 국내에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승강기의 중지를 비롯하여 자동차 요일제는 물론 관용차의 운행은 비상 업무용 외 모두 중지시키는 등 에너지 사용을 억제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동원하였지만 폭등하는 유가에 맞설 방안이 없었다. 최선의 대책은 범을 잡기 위하여서는 범굴에 들어가는 길 뿐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때 중동을, 우리가 월남에서 배양한 국제경영 능력을 시험 무대로 삼았다. 그리고 거기서 번 돈으로 석유 대금을 지불하자는 계산이었다. 중동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신호탄이 울렸다. 정부는 ‘해외건설촉진법’을 제정하고 경제전문가들이 반대하는 해외건설 업체들의 재정 지원을 위해 은행이 지불 보증을 하도록 하였으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거점을 신설하고 최신 통신 시설인 직통 텔렉스까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게 하였다.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고, 국내 중소기업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이 영국에서 있었던 국제경쟁 입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스라믹 올림픽 경기장 공사를 수주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겁 없이 달려들었을 뿐 아니라, 회교 국가가 어떤 국가이며, 중동이 어떤 정서를 가진 나라들인지 알지도 못하였다. 착공의 모든 준비를 하고 100여 명의 근로자들이 전세 비행기를 타고 막카시(市) 국제공항에 도착하였으나 회교도가 아니면 성지인 막카 시내에는 들어갈 수 없다하여 입국이 거절된 것이다. 그렇다 하여 공사를 포기한다면 그것은 한국인이 아니다. 일행을 태운 항공기가 다시 서울로 돌아 온 것은 물론, 한남동에 있는 회교사원에 가서 모든 종사자가 교리를 마치고 영세를 받은 후 다시 사우디로 돌아가서 공기 내 공사를 완료, 준공함으로 중동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던 것이다. 또 다시 공항에서 메카까지 42㎞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한 삼환기업(중동 진출 1호 기업)에서는 정상적 작업으로서는 공기를 맞출 수 없자, 세계에서 처음으로 3부제 교대작업을 시작했다. 중동은 일교차가 심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낮에는 자동차 본넷트 위에 달걀을 올려놓으면 반숙이 되고, 밤이면 방한복을 입어야 하는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해야만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하여 영국에서 에어컨과 히터를 긴급 도입하여 작업장에 배치, 사막 한가운데에서 낮에는 에어컨을, 밤에는 횃불을 들고 밤을 밝히는 한편 히터를 작동하여 추위를 이기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교대 근무를 했다. 현장을 본 파이잘 국왕이 한국 기업의 능력과 투지와 성실성에 감복하여 국토횡단 고속도로 공사를 입찰 없이 계속토록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현대건설에서는 사우디 “주배일 바다항구” 공사를 9억3600천만 달러에 수주하였다. 이 항구공사는 해저 40m에서부터 구조물을 만들어, 바다 가운데에 30만 톤 대형 유조선 두 척이 동시에 접안할 부두(섬)를 만드는 것이다. 엄청난 공사비다. 이런 대형공사를 현대가 어떻게 수주하였을까? 당초 사우디 정부는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현대의 입찰 참가를 배제하였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성사시켜야 한다는 특명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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