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인 통합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포항-삼척 철도 건설사업비 1,100억 원, 울산-포항 복선전철사업비 2,200억 원, 포항영일만 신항 인입 철도 건설비 1,000억 원 등 4건을 속칭 ‘형님예산(이후 속칭 예산)’이라며, 사업 자체를 보류했다고 기자회견에서 지난 23일 밝혔다.
이 사업 자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이게 과연 ‘속칭 예산’인가가 밝혀진다. 포항-울산 복선전철화사업은 전체 76.5km가운데 포항시 구간은 3.6km, 포항-삼척 철도건설은 156.8km 중에 27.6km에 불과하다. 이 정도라면, 이 사업의 예산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이다.
포항지역이 이 예산에 대한 해명성 반발을 보면, 우선 이병석 의원의 말을 들어본다. 위의 4건 예산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국책사업이다. 이를 두고 ‘속칭 예산’이라고 밀어붙이는 것은 일종의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낙후된 포항 및 동해안 주민들의 염원을 정치가 가로막고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균형 발전의 동력을 끊어놓겠는 정치적인 하나의 술수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말로써, 강기정 의원이 ‘속칭 예산’이라면서 보류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했다.
이상구 포항시의회의장은 지역 균형발전이 모여 국가 발전의 밑동이 된다. 속칭 예산이라는 말 자체가 야당의 묵은 정치 형태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리고 최영우 포항상공회의소 회장도 포항-울산간 복선 전철사업화 사업과 포항-삼척간 철도 건설은 동서남해안 및 내륙 발전법에 근거한 국책 사업이다. 대상 지역은 경북 5개 시ㆍ군, 울산 5개 구ㆍ군, 강원 1개로, ‘속칭 예산’으로 부르는 것은 부당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속칭 예산’을 두고 말들이 오고가자, 허대만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지난 27일 강기정 의원을 직접 만나 포항 관련 SOC예산을 보류한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대해 강기정 의원은 예산은 심사 보류상태이다. 사업비별로 필요성과 시급성을 따져 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 위원장은 벌써 몇 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만큼 내년 총선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허 위원장은 포항 관련 SOC사업 중에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부터 계속되는 사업도 많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 연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포항시를 직접 방문하여 약속했던 사업이라고, ‘속칭 예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설명했다.
여기에서 우리가 정치권에 한 마디 한다. 정치가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어 정당한 것을 뒤집어버리면 결코 안 된다. ‘형님 예산’이라는 말도 정당한 예산 심의에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예산을 결산하거나 새로 편성할 때에는 대중영합주의식의 말로써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려서는 안 된다. 정치가 엉뚱한 말을 새로 만들거나 어휘를 남용한다면, 정치도 따라서 낭비로 가기 마련이다. 정치가 낭비 쪽으로 천칭이 기울어지면, 이게 바로 삭감 대상이다.
위에 든 예산을 보면, 결코 포항시만의 예산이 아니다. 또 당대에서만 추진한 국책 사업도 아니다. 과거 정부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온 사업들도 많다. 이를 한꺼번에 몰아붙이듯이 말 만들기 시합 같은 ‘형님 예산’ 운운 하여, 예산의 본질을 벗어나면 오는 해 총선에 국민의 심판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강기정 의원도 이를 잘 알기에 뒤로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근본적인 이유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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