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텃밭으로 평가받던 미얀마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면서 미얀마를 둘러싼 3국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미얀마는 그동안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왔다.
중국은 미얀마에 대한 서방국가의 제재가 오랜 기간 지속되는 동안 미얀마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막대한 투자를 함으로써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일본이 잇따라 미얀마와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중국의 독보적 위상이 흔들리는 형국이다.
일본은 26일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을 미얀마에 파견, 지난 2003년부터 중단한 공적개발원조(ODA) 공여를 재개하고 투자협정을 위한 교섭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미얀마 잡기에 나섰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30일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의 일환으로 힐러리 클린턴 장관을 국무장관으로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미얀마에 파견했다.
클린턴 장관은 미얀마 방문 당시 민주화 조치를 지속하면 경제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뜻을 전달하며 양국 간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 중국이 미얀마와 관계 개선에 열을 올리는 데는 미얀마가 지리적, 경제적 측면에서 놓칠 수 없는 국가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입장에서 볼 때 서남아와 동남아를 연결하는 지리적 요지에 있는 미얀마를 우군으로 확보하면 아시아 지역에서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
미얀마가 경제 개발을 위해 서방국가와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중국과 미얀마 사이에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미얀마는 지난 9월 말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까지 감수하며 중국과 공동 추진하던 카친주(州) 미트소네 수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중국과 서방국가들에 충격을 줬다.
미얀마 불교계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가 국가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달라이 라마가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해당국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중국은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가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나도록 하는 등 영향력 유지에 골몰하고 있다.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가 수치 여사와 이례적으로 회동한 것은 변하는 미얀마의 정치환경에 따라 대화의 상대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 등이 미얀마 잡기에 열을 올리는 데는 미얀마 자체의 경제적 잠재력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를 통해 미얀마가 석유, 천연가스, 목재, 보석 등 각종 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앞으로 주요 쌀·해산물 수출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 투자자들이 무시하기에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WSJ는 미얀마의 900년 역사를 지닌 사원 단지와 태국 바닷가에 필적하는 해변을 개발하면 관광사업으로도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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