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꼭대기 오두막에 은둔하며 생태 운동을 몸소 실천했던 철학자 겸 운동가 아르네 네스(1921-2009). 오슬로대 교수직을 박차고 나간 그는 1973년 모든 생명체가 인간과 동등한 가치가 있다는 요지의 심층 생태학을 창시하고 녹색 운동의 선구자가 됐다. 그는 특히 댐 건설에 반대하며 암벽에 매달리기도 하는 등 `실천하는 철학자`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아르네 네스와 수년간 주고받은 대화와 편지를 엮어 그의 철학과 삶을 들여다본 책 `생각하는 것이 왜 고통스러운가요?`이 출간됐다. 저자인 데이비드 로텐버그가 아르네 네스의 오두막이 있는 노르웨이 산중 고원을 찾아간 것은 아르네 네스가 일흔한 살이던 때. 그보다 딱 쉰 살 어렸던 청년 로텐버그는 아르네 네스와 함께 암벽 등반을 하면서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눈다. 로텐버그는 밀착 인터뷰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르네 네스의 일생과 철학에 대한 질문을 쉴 새 없이 던진다. 스물일곱 살 나이에 오슬로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된 아르네 네스는 환경 운동을 몸소 실천하겠다는 뜻에서 강단을 박차고 나와 노르웨이 하르당에르비다 산중으로 들어간다. 그는 1·2차 세계대전, 5월 혁명 등 굴곡진 세계사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심층 생태학을 창시하게 된다. 특히 근대 산업 자본주의를 해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각국에서 녹색당을 창설하는 씨앗이 됐다. 책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를 문답 형태로 담아냈으며, 아르네 네스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설명문이 곳곳에 곁들여졌다. `에스키모가 고래를 계속 죽여도 될까`라는 딜레마에 대해 아르네 네스는 이렇게 답한다. "지금껏 우리가 엄청나게 고래를 죽여 아주 조금만 남아 있게 됐는데, 그런 우리가 에스키모들에게 `더이상 고래를 잡아서는 안됩니다`라고 얘기한다는 것은 좀 곤란하죠.(중략) 현재 일거리를 잃어버린 노르웨이 포경 선원들이 고용돼 에스키모들 말고 다른 사람들이 고래를 죽이는지 감시할 수도 있을 겁니다."(282쪽) 낮은산 펴냄. 박준식 옮김. 384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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