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반출됐다가 약 100년 만에 고국 품에 안긴 조선왕실 도서들이 일반 국민과 만난다.
이토 히로부미 반출도서
문화재청이 운영하는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정종수)에서는 이들 도서를 대상으로 하는 `다시 찾은 조선왕실 의궤와 도서` 특별전을 27일 개막해 내년 2월5일까지 개최한다.
정종수 관장은 "이번 기획전은 조선왕조도서 150종 1천205책이 지난 6일 완전히 반환된 이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기 위해 처음으로 마련하는 자리"라고 26일 말했다.
귀환 도서 중 81종167책 분량인 의궤(儀軌)는 26책 정도가 전시되며, 기타 일반도서 69종 1천38책은 서가식으로 꾸며 모두 내놓는다.
돌아온 의궤 대부분은 고종-순종 시대 제작품이며 훼손에 대비해 오대산, 태백산, 강화도 등의 사고(史庫)에 여러 본을 함께 제작해 나눠 배치한 분상용(分上用) 판본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서는 1897년 대한제국 선포와 그에 따른 황제즉위식과 황태자 책봉 등에 관한 내용을 기록한 대례의궤(大禮儀軌)를 비롯해 황실의 혼례·출산·잔치·장례·어진 제작 과정을 담은 의궤가 집중 선보인다.
귀환 의궤 중 순조와 그의 아들로 나중에 왕으로 추증된 익종의 초상화를 보수한 내용을 정리한 순조와 익종(문조)의 영정모사도감보완의궤(純祖文祖影幀模寫都監補完儀軌)는 그간 황태자를 위해 만든 의궤로만 알려졌지만 임금에게 보이기 위한 어람용(御覽用)으로 드러났다.
영정모사도감보완의궤
이것과 같은 의궤가 규장각에도 남아있지만, 규장각 소장본이 붉은색 비단을 표지로 쓴 데 대해 이번에 돌아온 의궤는 황색 비단을 써서 어람용임을 뒷받침한다.
순조와 익종 부자 어진은 실물이 전하지 않으며 이 의궤 또한 순조 어진에 대해서는 장황(표구)을 수리하고, 익종 어진에 대해서는 황제라는 표제를 추가한 내용을 문자로 정리했을 뿐 관련 그림은 보이지 않는다.
귀환 도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도서의 절대다수는 1911년 5월 일본 궁내성이 기안한 양도 요청 공문을 분석한 결과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1841-1909)가 궁내부 규장각과 통감부 수집본 중에서 한일관계 사항을 조사 자료로 쓸 목적으로 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에 선보이는 일반도서 중에서는 정조에 초점을 두고자 했다.
이를 위해 박물관은 정조가 창설한 왕실도서관인 규장각이 소장했던 도서를 중심으로 정조의 시문집인 홍재전서(弘齋全書), 정조의 직접 저술로 태조 이성계의 옛집인 함흥 본궁에서 행한 의식을 정리한 함흥본궁의식(咸興本宮儀式)과 같은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귀환 도서 외에도 이번 특별전에는 이들 귀환본과 짝을 이루는 고궁박물관 소장 왕실 유물을 함께 전시한다.
영남인물고
행사기간인 다음 달 12일 오후 2시 고궁박물관에서는 이번 도서반환의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한 서지학자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이 `일본 궁내청 서릉부 소재 조선왕실 도서의 환수 과정과 의의`를 주제로 하는 특별 강연을 한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