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것이 해병대에 엄청난 피해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부터 먼저 하게 되었다. 필자는 대한민국 해병대 ‘명예해병 46’번이다. 2003년에 이철우 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았으니 벌써 1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해병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해병대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를 알고 싶다면 그 흔적을 일목요연하게 다 드러내 보이겠다. 그러나 사람도, 세월도 흘러가면 가늘어지는 줄기만큼 잊히지만, 필자가 해병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세월과는 관계없이 지금도 뜨겁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가안보는 난장판이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것이 국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당장 눈앞에 닥치는 북한의 온갖 미사일 발사에 대해 직접적인 도발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는 괴상한 요설을 이 나라 국방장관이 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이스칸대르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4종 세트 무기로 10여 차례 이상 한국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9 ᐧ 19 합의 파기가 아니라고 우겨 되는 사람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다. 이 사람의 각종 증언을 듣다 보면 딴 세상 이야기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대한민국은 군대가 필요 없는 태평성대의 요순시대 같다. 적이 없는 나라가 되었으니 더 이상 고마운 일이 없다? 국방부가 지난 1월 15일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는 우리의 주적이 사라졌다. 한 세기 가까이 총부리를 마주하던 북한은 천사의 나라로 변하여 우리에게는 아무런 해를 끼칠 염려가 없으니 이제 주적을 주변 국가로 새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일본과 ‘지소미아’를 파기하겠다는 것인가. 북한이 만드는 그 많은 신무기는 중국을 겨냥하고, 러시아를 조준하기 위해, 배를 곯아가면서 만들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일본을, 미국을 확 쓸어버리기 위해 만드는 것인지를 우리가 확실하게 알아야 국가 안보를 위한 무장해제 여부를 결정할 것이 아닌가! 국방백서는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려 놓았는데, 남의 재산을 강탈하여 자국 영토화한 함박도 사건의 주범은 우리의 적이 아닌가? 연평도, 우도, 말도 등 서북도서를 순식간에 강타할 수 있는 전진기지가 함박도다. 그런 가치가 있기에 북한은 함박도를 군사 시설을 갖춘 요새화하기에 혈안이 된 것이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만 하는 국방부의 안이한 답변은 국민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해병대처럼 위협이 상존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왜 말하지 못하나? 어쩌면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은 바보같이 순진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앞선다. 국방 고위 당국자처럼 “잘 대비하고 있다” 대단한 위협이 아니라는 취지로 왜 말 못하느냐? 온통 친북 천지가 되어버린 이 정부 체제하에서 적당히 넘어가면 될 것을 굳이 정직하게 “위협적”이란 표현을 하였을까? 그렇게 거짓말하지 못하는 것이 해병대 정신이다. 사건의 발단은 해병대 사령부에서 있었던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함박도 관련 질의에 대해 “우발 상황에 대비해 함박도 옆에 있는 말도를 전체적으로 요새화 했다”며 말도의 방호를 강화하고 병력도 추가 배치했다“고 답변했다. 국방 고위 관계자들의 증언과는 딴판이었다. 함박도에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상 위협적이지 않을 수 없다고 명백히 증언하였다. 당연한 답변이지만 왜 그렇게 무겁게 가슴에 다가왔을까, 함박도를 그냥 포기하였다고 한다면 다음 수순은 뻔한 것이다. 북한은 연평도가 필요하니 내놓으라고 할 것이다. 만약 한국이 거절한다면 서울시 인구 수백만 명이 죽어도 좋으냐고 다그칠 것이다. 이것이 핵을 가진 나라의 힘이다. 처음부터 싹을 잘라야지 함박도 주고나면, 북한 어부들이 자유롭게 고기잡이 할 수 있도록 인근 섬을 모두 자유 해역으로 ‘해상 9 ᐧ 19 협약’ 하자고 할 것이다. 이것은 예언이 아니다. 핵을 가진 나라가 정치공학적으로 취할 수 있는 충분 요건이다. 북한에 말 한마디 못하는 정부, 북한의 만행을 먼저 합리화해주고 대신 홍보해주는 희한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축구장에 관중 하나 없는 폭력 경기를 보고서도, 한국에서 응원단이 안 갔으니 북한이 선의로 무관중 경기를 한 것이라고? ‘삶은 소대가리’가 들어도 웃을 해프닝이 난무하는 곳이 우리 정부다. 그런데 이승도 사령관은 함박도 위치가 북방한계선(NLL) 이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시설의 위험성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해병2사단 차원에서 그곳을 겨냥해 작전을 세웠다고 강조하면서, 유사시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등으로 격멸하겠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필자는 이승도 사령관을 현대의 이순신 장군이라고 부르고 싶다. 1597년 가토 기요마사가 쳐들어온 정유재란 때(선조 30년) 수군이 앞장서야 한다는 조정의 주장에 작전의 귀재인 이순신은 수병이 출병하면 패전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 반대하였다가 파직 투옥된다. 남들처럼 수군을 다 죽이고 패하더라도 출병했더라면 자신은 살았을 터인데 말이다. 그래서 역사는 이순신만을 기억하고 있다. 쥐꼬리만 한 벼슬 때문에 바른말을 못 하는 쓸개 빠진 관리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믿을 수 있는 참 군인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