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박윤식기자]
바다가 가장 예쁜 계절은 언제일까?더운 날씨 탓에 아마 여름을 선택하는 사람이 가장 많을 테고 추억이나 살아온 환경에 따라서 가을이나 겨울바다를 선호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말로 ‘추억보정’은 별개로 두고 쨍한 날 같은 구도와 시간에 찍은 바다 사진을 보자. 여름의 바다는 에메랄드에 가까운 색으로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짜증지수 높아지는 무더위 덕은 다시 별개로 두어도 여름 바다가가장 예쁘다. 맞다. 여름 바다가 甲이다.그래서일까. 여름은 뜻하지 않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서 바다와 닿아있는 곳은 차로 갈 수 없는 섬을 제외해도 100군데도 넘고 해외를 포함하면 선택지는 더 늘어난다. 여름 바다를 찾아 어디로 가야할까?다행히 고민을 해결할만한 곳이 있다. 대한민국 동해의 허리쯤 자리 잡은 영덕이다.영덕은 100km에 가까운 해안선이 바다와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차를 타고 영덕의 경계선으로 들어설 때, 한 네비게이션에서 이런 멘트가 흘러나온다. ‘동해의 보석, 대게의 고장 영덕입니다.’ 길고 긴 해안선을 따라 크고 작은 해변들과 보석처럼 깨끗하고 빛나는 바다를 품은 곳이 영덕이다. 남쪽을 기준으로 7번 국도를 따라 가장 먼저 만나는 영덕의 바다는 장사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772명의 학도병들이 희생되었던 장사상륙작전이 실제 펼쳐졌던 장소다. 해수욕장에 들어서면 해안에 먼저 큰 배 한척이 눈을 사로잡는다. 당시 작전에 사용되었던 LST문산호다. 해변에는 전투에 희생된 학도병을 추모하는 동상과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해수욕장 바로 옆 이색적인(?) 역사 현장이다.최근 작전에 참가했던 함장을 비롯한 대원들이 정부표창을 수여받고, 배경으로 한 영화도 제작 중에 있다고 한다. 마땅히 알려져야 할 역사가 이제서야 재조명 받고 있다. 잠시만 짬을 내어 둘러보는 걸 권하고 싶다. 단 10분도 걸리지 않는다.다시 장사해수욕장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장사는 긴 모래라는 뜻이다. 이름답게 백사장의 면적이 20만 제곱미터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성수기에도 널찍한 공간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장사에서 썸머뮤직페스티벌이 펼쳐진다. 7월 27일 펼쳐지는 이 무대에 DJ doc, 문명진, 왁스 등 공연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가수들이 출연한다. 이 날에 맞춰서 장사 해수욕장에 오면 멋진 공연도 만날 수 있다. 해수욕장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부흥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렌지색 지붕으로 치장한 집들이 꽤나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마을 안에 인증샷 남기기 좋은 포토존도 있다. 마을 한켠 해수욕장은 서퍼들의 핫플레이스다. 한적한데 크고 작은 파도가 쉬지 않고 밀려오는 바다는 서핑에 최적화 되어 있다.다시 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보면 강구항이 나온다. 200여개가 넘는 대게상가가 모여 있는 영덕 대표 명소다. 차마 세기도 힘든 OO대게 간판과 대게모형들이 영덕이 대게의 고장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국내산 대게는 여름에 맛볼 수 없다. 금어기다. 있다고 해도 뭘 먹을까 메뉴를 물어본다면 찌는 여름 공기 아래서야 자연스레 물회를 추천하고 싶다. 유명세야 바로 옆 포항이지만 영덕의 것도 못지않게 매력이 있다. 영덕 물회는 대부분 새콤한 육수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잘게 채를 썬 배, 양파 등을 베이스로 놓고 회와 고추장, 설탕을 슥슥 비벼낸 다음 찬물을 부어 먹는다. 숟가락으로 국물과 함께 한입 후루룩 마셔야 시원한 맛이 난다. 맛의 열쇠는 설탕이다. 식당마다 설탕 양에 따라서 때로는 지나친 단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선을 넘는 달달함, 이것이 매력이다. 무더움 아래 한입 시원달달함은 보양식이나 다름없다.배를 채웠다면 다시 바다로 가보자.여기서부터는 국도가 아닌 해안도로를 타고 운전하는 것이 좋다. 이내 날것의 동해바다가 계속 눈을 사로잡는다. 영덕의 바다를 눈에 담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물론 들러볼만한 곳도 있다. 낚시용어를 빌려 쓰자면 숨겨진 포인트다. 추천 포인트는 석리마을이다. 오락가락한 경사길 중간에 위치한 작은 항구와 마을은 정말 숨겨져 있다. 해안도로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작은 안내판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 보면 계단식 논마냥 층층한 곳에 알록달록 지붕을 쓴 집들이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다. 방파제 안쪽은 배 6~7척이면 충분하다. 옆으로는 검은 색 기암괴석과 짙푸른 바다, 밀려오는 파도가 조화롭다. 예쁘고 소박한 어촌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묻어나온다.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축산항을 지나 대여섯개의 마을을 지나오면 길고 긴 백사장이 나타난다. 반대쪽 끝이 안보일 정도다. 고래불 명사 이십리다. 8km에 달하는 모래길은 그야말로 영덕바다의 메인이벤트다. 고래불은 고려 말 목은 이색 선생이 상대산에 올라 고래가 뛰노는 모습을 보고 이름 지었다. 상대산 정상 관어대에 올라 바라보면 고래 수천마리가 노닐어도 넉넉하다 싶다. 길고 긴 해변에는 4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아래로부터 대진, 덕천, 영리, 고래불 서로 다른 모습을 갖춘 크고 작은 해수욕장들이 산개해 있다. 대진 해수욕장은 영덕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물과 모래가 어느 해변보다 깨끗하다. 가까이서 볼수록 더 맑은 물이 눈에 담긴다. 옆으로는 송천이 흐르고 있어 담수욕도 즐길 수 있다. 매년 8월 첫째 주 해변 축제가 열리는데 광어맨손잡기가 인기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차로 5분이면 갈 수 있는 영해만세시장도 가볼만 하다. 싱싱한 해산물과 복숭아 등 영덕의 특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바로 옆에 있는 덕천해수욕장은 고래불국민야영장이 인기다. 카라반과 야영사이트, 휴게시설이 잘 정비된 야영장은 여름 성수기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바로 눈 앞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물놀이장도 있어서 유아들도 놀기 좋다. 뒤편의 울창한 해송 숲은 한 여름 볕도 너끈히 가려낸다. 야영하기 딱이다.고래불해수욕장은최우수해수욕장에 수차례 지정될 만큼 영덕을 대표하는 해변이다. 넓디 넓은 백사장에 펼쳐진 모래는 깨끗하고 굵어서 잘 달라붙지 않는다. 걷기에도 좋고 모래 찜질하기에도 적당하다. 수심은 깊지 않아 가족단위로 놀러오기도 좋다. 8월 초에는 백합줍기, 맨손 오징어잡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린다. 밤이 되면 분수대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화려한 쇼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이글거리는 태양에 피곤할 때는 힐링을 위한 숲도 좋다. 대진에서 차로 10분 남짓이면 된다. 벌영리 메타세콰이어숲이다. 이 숲은 개인 사유지다. 흔한 안내판도 없지만 마음씨 좋은 사장님께서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숲에 들어서면 5걸음도 안되는 간격으로 빽빽하게 나무들이 심겨져 있다.많이 크지 않은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은 여름에 잎이 가장 파릇하다. 일정한 배열로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숲은 신비롭기 그지없고, 새소리와 바람소리는 선명하다. 이 숲에서는 홀로 걸어도 시간의 무게를 견디기 어렵지 않다. 해를 거듭할수록 방문자가 늘지만 아직은 수천그루 나무를 혼자 독차지하고서 인생샷 하나는 건질 수 있다. 앞서 말한 거처럼 여름 바다는 특별하다. 더욱이 거기가 영덕이라면 올 당신의 여름은 성공이라고 자신한다. 이색적인 볼거리가 있고, 신선한 먹거리가 있고, 지침을 달래는 힐링도 있다. 무엇보다 깨끗한 에메랄드 바다가 넘실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