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그의 아들 김정은으로 실질적으로 판단하고 향후 대북정책을 가다듬고 있는지가 관심이다.
북한은 김정일 사후 곧바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인 김정은을 새 영도자로 공식화했지만, 그가 북한의 정책을 좌우하는 지도자로 `연착륙` 할 것인지 전문가들의 관측은 엇갈린다.
후견인격인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섭정을 할 것이라는 예측에서부터 군부가 주도하는 집단지도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전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관측은 나이나 경험에 비춰볼 때 당과 군부 등 북한 권력기관내 김정은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진단에서 비롯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밤 김정일 위원장 사망 공식 발표 이후 아직까지 후계자인 김정은을 특정해서 한 차례도 거명하지 않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북한 주민 위로 성명이나 백악관, 국무부 대변인의 브리핑에서는 일관되게 새 지도자에 대해 "북한의 새 리더십"(new leadership)이라고 통칭해서 표현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19일 밤 발표한 성명에서 향후 북한의 비핵화 이행, 이웃 나라와의 관계개선, 북한 주민 권리 옹호 등을 촉구하며 그 이행 주체로 "북한의 새 리더십"이라고 지칭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나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도 19, 20일 브리핑에서 김정은을 직접 호칭하지 않고, "북한의 새 리더십"이라는 표현을 일관되게 사용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화됐지만 그가 실제로 권력을 장악할 지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하는 등 북한 지도체제가 어떻게 구체화될지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20일 "향후 상황에 대해서는 외부세계의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행정부는 매우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부내에서 김정은이 형식적으로나마 새 지도자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김정은을 대체할 권력의 대안이 북한내에 있는 것으로도 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대변인의 19일 브리핑에서 이 같은 기류는 분명히 읽힌다.
카니 대변인은 `북한내 권력 이행이 순조롭게 되고 있다고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그동안 추진돼 왔던 승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그러나 북한내 정보의 제한으로 김정은의 성향을 잘 모르는데다 과연 그가 당과 군부를 통제하며 주도적으로 북한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은 미국이 북한 새 권력체제의 향방을 단언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지도자가가 `누구`냐 하는 문제보다는 새 지도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계속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성명에서 "북한의 새 지도부가 한반도의 평화, 번영, 항구적인 안보를 여는 새 시대를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기를 촉구한다"며 비핵화 조치 등 향후 미북관계 개선 등을 위한 행동요구에 무게를 실었다.
카니 대변인은 "문제는 (지도자의) 퍼스낼리티가 아니라 정부의 행동"이라며 "우리는 북한 새 지도부의 행동을 지켜보고 그에 상응해서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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