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식으로든 생생한 작품이 아니라면 오래도록 살아남지 못하게 마련이다. 이 책은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칠 것이다."(뉴욕 헤럴드 트리뷴) "다소 느슨하고 다소 물렁물렁하며 조금 지나칠 정도로 인위적이다. 무시해도 좋을 소설에 속한다."(스프링필드 리퍼블리컨) "로맨스든 멜로드라마든 아니면 뉴욕의 상류사회를 곧이곧대로 묘사한 것이든, 바보 같은 이야기다."(새터데이 리뷰 오브 리터리처) 원색적인 악평 3연타를 받은 이 작품은 20세기 초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히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다. 오늘날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라고 해서 출간 당시에 한목소리로 찬사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모욕에 가까운 무참한 악평을 받기도 했고, 아예 편집자의 매몰찬 거절에 출간 자체에 애를 먹은 경우도 많았다. 빌 헨더슨과 앙드레 버나드가 함께 엮은 책 `악평`(열린책들 펴냄. 원제 `Rotten reviews & rejections`)은 오늘날 위대한 작가, 걸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가와 작품들에 쏟아진 악평을 묶은 책이다.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악평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볼테르는 `햄릿`에 대해 "조야하고 야만적인 작품이다. 어떤 술 취한 야만인이 쓴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질타했고, 버나드 쇼는 `오셀로`에 대해 "피부 아래로 파고드는 인물 묘사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다"고 비하했다. 바이런 경은 "셰익스피어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아예 없다"며 "그의 명성은 황당할 정도로 지나치게 높아져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에게 악평했던 버나드 쇼도 작품 `인간과 초인`으로 버트런드 러셀로부터 "전반적으로 천재라기보다는 천박한 인물"이라는 평을 들어야 했다. 그런가 하면 사뮈엘 베케트의 `그저 그런 여인들의 꿈` 원고는 "이런 원고는 딱 질색"이라는 이유로, 피에르 불의 `콰이강의 다리`는 "아주 나쁜 책"이라는 이유로 출판사로부터 가혹하게 거절당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무대에 쏟아진 악평이 두고두고 회자되듯이 명작에 대한 평론가들의 `빗나간` 전망을 보는 것은 흥미롭다. 그러나 이미 대중의 지지를 받는 저자에게도 가차없었던 `소신 있는` 악평 행렬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주례사 비평`으로 불리는 호평만 쏟아지는 국내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재봉 옮김. 264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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