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류길호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일 오전 박병대(61ㆍ12기)ㆍ고영한(63ㆍ11기) 전 대법관에 대해 동시에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70년 사법부 역사상 전직 대법관을 상대로 한 구속 영장 청구는 이번이 처음이다.검찰은 조만간 이번 사건의 ‘정점’인 양승태(70ㆍ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으며, 고 전 대법관은 그 후임으로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하고 2017년 5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자 바로 사임했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임종헌(59ㆍ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 기소하며 양 전 대법원장과 박ㆍ고 전 대법관이 범행을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10월 김기춘(79)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관에서 윤병세(53) 당시 외교부 장관 등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의 고의적인 재판 지연 등을 논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행정 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조작 사건 등에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또 박 전 대법관이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탄핵 심판 등 헌재의 평의 내용 등을 알아내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 대법관은 옛 통진당 의원들의 행정 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처장 주재 회의를 열고, 2016년 부산 법조비리 사건을 축소ㆍ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법원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장 기록 등을 빼낸 혐의도 있다. 아울러 법원 내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하는 방안과 상고법원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또 두 전직 대법관이 특정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가한 혐의도 구속영장에 포함됐다. 검찰은 최근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당시 법원행정처가 특정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가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 문건 등을 확보, 수사를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