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외국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중국이 조문단을 파견할 수 있을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자세한 배경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평양에 외국 조문단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중국의 조문단 파견이 성사된다면 북·중 양국의 `특수관계`를 증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의 사망 시각을 17일 오전 8시 30분으로 공식 확인하면서 오는 28일까지 평양에서 영결식을 개최하고 29일까지 애도기간으로 정해 조문 기간은 열사흘에 달한다.
조문 기간이 `긴` 영향 때문인지 외견상 중국으로서도 조문단 파견을 서두르는 기색은 없어 보인다.
중국은 19일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무원 이름으로 북한에 조전을 보내면서도 조문단 파견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핵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수년간 고립돼 온 상황에서도 중국은 줄곧 경제적인 `부조`를 해왔고 정치적으로 동행해왔다는 점에서 이번에 김 위원장을 추모하는 조문단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의 사망 때 북한은 외국의 조문단을 일절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고 그보다 2년 앞서 한중 수교가 체결됐던 탓에 북중 관계가 냉랭해 중국의 조문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작금의 북중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조문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 사망으로 권력 과도기에 들어간 북한이 중국의 조문단을 허락한다면 단순한 조문 이상의 의미가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조문을 통해 김 위원장 사망 후 이틀이 지난 19일 낮 12시 공식 발표 때까지 51시간 30분 동안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 대한 내부 정리를 거쳤을 김정은과 그 주변의 파워 엘리트 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고 그런 조문 외교로 앞으로도 탄탄한 북중 관계를 다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중국이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김정은에 대한 지지를 본격화하는 점도 눈에 띈다.
김정은이 지난 2009년 1월부터 후계자로서 권력 계승을 해왔고 그 이듬해 2010년 9월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돼 2인자 자리를 굳혔지만, 중국은 그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삼가왔다. 그러다가 19일 보낸 조전에서 김정은 지도체제를 인정하는 등 안색을 바꿨다.
따라서 중국의 조문단 파견이 이뤄진다면 중국이 공식적으로 김정은 지도체제와 `대면`하고 지지를 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문단 파견이 성사된다면 대표단 단장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거리다.
이와 관련해 여러 관측이 있지만, 북한에서 김 위원장 사망으로 김정은이 현실권력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미래 카운터파트 격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대표단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어느 한 쪽에 크게 기울지 않는 `주체 외교`를 벌여온 점에 비춰볼 때 중국 조문단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변고 직전까지 북한이 미국과 대북 영양지원을 연결고리로 대화 기조를 지속시켜왔다는 점에서 대미 관계 등의 여타 상황을 고려해 저울추를 중국에 급격하게 기울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미 행정부는 김 위원장 사후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 마찬가지로 조의 성명을 검토하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내는 등 유화적인 입장이다.
물론 미국의 이런 제스처는 앞으로 북한의 급속한 변화나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가는 일단 김 위원장 사망으로 한동안 한반도와 동북아에 불투명한 정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외국 조문단 사절 발표에도 중국이 조문단을 파견할 지와 그 성사 여부가 주목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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