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로 마련한 공동묘지에 시신들을 매장하기 전에 신체적 특징 등을 꼼꼼하게 기록할 것입니다." 열대 폭풍우 `와시`가 강타하면서 200명 이상의 주민이 사망한 필리핀 남부 일리건 시의 보건 담당 관리는 이같이 말했다. 사태가 진정되고서 발굴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일리건 시 당국은 폭풍우로 초토화된 마을 주변의 시신들이 빠른 속도로 부패하면서 19일부터 임시매장에 나설 계획이라고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과 외신이 전했다. 임시 매장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을 대상으로 우선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필리핀 참사`에선 상당수가 일가족이 한꺼번에 희생되면서 피해자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35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민다나오섬 카가얀 데 오르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마을 임시 안치소에는 발견 당시 그대로인 상태의 시신들이 쌓여가고 있다. 방부처리를 위한 깨끗한 물 확보가 어려운 데다 장례를 위한 관이 턱없이 부족하면서 장의 업체들조차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특히 이번 폭풍우로 어린이 사망자가 크게 발생하면서 이들을 위한 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가얀 데 오르시 한 장의 업자는 "우리도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적십자사는 지금까지 집계한 이재민 숫자는 4만6천여명. 이재민들도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쓰레기 더미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구호단체들이 부분적으로 지원활동을 시작했지만 먹을거리가 없는 데다 물과 전기, 통신까지 끊겨 민다나오섬 북서부 일대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카가얀 데 오르시 등에선 수도 배급망 등을 파괴하면서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군용기 등을 동원해 기본적인 식수를 제한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필리핀 당국은 설명했다. 앞서 18일부터는 일부 소방용 소화전을 개방해 물을 공급했다. 이번 폭풍우로 산 쪽에서 휩쓸려 내려온 벌목 통나무와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면서 가옥과 시설 등이 크게 파괴돼 곳곳마다 참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현지 한 관리는 토사들로 도로와 주거지 주변 등이 진흙밭으로 변한 곳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오전부터 홍수가 빠지기 시작하면서 물에 잠겼던 마을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일부 마을에선 아직 성인 무릎까지 물이 차 있는 상황이다. 필리핀 당국은 이번 사태가 역대 최악의 홍수피해 사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한 관리는 "홍수에 휩쓸려 시신이 주거지에서 60㎞ 떨어진 해변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선 지난 2009년 태풍 케사나가 강타해 수도 마닐라와 루손 지역에서 400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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