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과거를 지닌 소녀야. 시린 다리라도 따뜻하게 하고 지내렴." 지난 1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 인도에 세운 소녀 형상의 `위안부 평화비`에 누군가가 선물을 두고 갔다. 15일 오전 평화비를 확인한 결과 회색 바탕에 빨간색 노란색 흰색 눈꽃무늬 등이 그려진 목도리가 평화비의 다리 부분을 싸고 있었다. 목도리는 흘러내리지 않도록 핀셋으로 고정됐다. 애초 평화비는 치마 아래 소녀의 종아리와 발이 맨살 그대로 나온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날씨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매우 쌀쌀했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이 손님은 소녀 옆에 설치된 빈 의자 위에 흰색과 노란색, 빨간색 소국이 담긴 꽃다발도 남기고 갔다. 경찰에 따르면 목도리와 꽃다발을 남기고 간 이는 전날 대사관 앞에서 열린 1천회 수요집회 참가자로 추정된다. 정대협이 시민사회의 모금을 통해 건립한 평화비는 한복을 입고 손을 무릎 위에 모은 채 작은 의자에 앉은 위안부 소녀의 모습을 높이 약 130㎝로 형상화했다. 옆자리의 빈 의자는 소녀를 위로하는 시민의 몫으로 남겨뒀다. 의자 옆 돌바닥에는 `1992년 1월8일부터 이곳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2011년 12월14일 1천번째를 맞이함에 그 숭고한 정신과 역사를 잇고자 이 평화비를 세우다`라는 문구가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등 3개국어로 새겨졌다. 전날 정대협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와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1천번째 수요집회를 개최하면서 평화비를 제막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눈물이 날 만큼 기쁘다"며 "소녀상이 신발을 벗은 이유는 당시 전쟁 때 할머니들이 찍힌 사진을 보면 신발을 신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데 착안, 역사 자체를 표현하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평화비 건립 취지는 시민이 소녀상에 목도리를 두르거나 꽃다발을 가져다 놓고 포옹하는 등 저마다 방식으로 위안부 문제 참여를 권유하려 한 것"이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평화비를 더 일찍 세울 걸 그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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