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A는 자기 소유 병원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인접한 토지 소유자 B의 토지를 0.3㎡ 침범하고 말았고, 이에 B는 A를 상대로 경계를 침범한 건물 부분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경우 법률관계는 어떻게 되는가?원칙적으로는 A가 B의 소유권을 침해하고 그 행사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므로, A는 경계를 침범한 건물 부분을 스스로의 비용으로 철거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겨우 0.3㎡를 침범하였다 하여 건축 구조물의 일부를 철거해야 한다는 것은 A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너무 큰 손해가 아닐까?이러한 시각에서 대법원 역시 ‘침범된 부분을 철거하더라도 B에게는 별다른 이익이 없는 반면 A에게는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면서, 민법 제2조 제1항을 근거로 B의 철거청구를 기각하였다. 우리 민법 제2조 제1항에서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하여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쉽게 풀이하자면,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할 때에는 사회적으로 보편타당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위 사안의 경우 B의 권리행사 방식은 사회적으로 보편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주의할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은 민사 전반에 적용되는 규범이기는 하나 다른 법이 없을 때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만약, 위 신의성실의 원칙만을 가지고 재판을 한다면 동일한 유형의 사건이라도 판사마다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법조문들이 무의미하게 될 우려까지 있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 B의 철거청구가 기각된다면 B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자신의 토지 일부를 빼앗긴 셈이 되어 억울하지 않은가? 이 경우 B는 침범된 토지 부분에 대해 임대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간접적으로나마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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