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쟁을 종식하고 아프가니스탄전쟁도 곧 끝내기로 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조용히 `드론(무인정찰기)` 전쟁을 심화하고 있다.
미국 abc 방송은 29일(현지시간) `노벨평화상 수상자, 드론 최고사령관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논란을 낳는 미군의 드론 공격과 이에 대한 오바마의 역할, 그리고 외부의 비판적 시각들을 다뤘다.
방송은 뉴욕타임스(NYT)와 뉴스위크의 다니엘 클라이드만이 곧 발간할 책에서 다룬 내용을 소개하며 이는 4년 전 전쟁 반대와 절차적 헌법 준수를 옹호하며 대통령선거에 도전했던 상원의원의 놀라운 변형에 관한 이야기라고 규정했다.
오바마는 재임 기간 테러용의자에 대한 고문 금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및 수용자 연방법원 기소 등의 조치를 했다. 이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3년 반이 흐른 지금 오바마는 테러리스트를 사살할지 생포할지를 결정하는 극비의 자리에 조용히 앉아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오바마는 사살 대상 목록을 직접 점검하고 드론 공격을 승인한다. 승인은 목표물에 실제 누가 있는지에 대한 증거가 모호하고 불명확한 때에도 이뤄진다.
목표물에 있는 사람들이 테러리스트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구체적 증거가 없는 때에도 공격이 감행된다.
`징후 타격`이라고 불리는 이 공격은 의심스러운 행동을 타격 조건으로 삼는다. 테러와 무관하다는 뚜렷한 정보가 없다면 목표물에 있는 모든 성인 남성들은 사실상 반군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타격 대상에 대한 증거와 그들의 신원, 그 어느 것도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NYT는 매우 미묘하고 정교한 임무로 묘사되는 드론 공격은 사살 명령이 갖는 도덕적, 법적 의미에 고심하는 오바마에 매우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의 한 측근은 클라이드만에게 드론 공격 결정을 내릴 때 "오바마는 불편한 맘에 몸이 꿈틀거릴 것이다. 그는 `일단 사살하고 (다른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자`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바마는 결국 자신의 원칙들을 체념하고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한 비정규적 전투의 실용주의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고 NYT는 판단했다.
2009년 1월 이후 미국은 파키스탄에서만 최소 281차례 드론 공격을 가했다고 `뉴 아메리카 파운데이션(NAF)`은 추정했다. 2004~2008년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에 미군 드론 공격은 49회에 그쳤다.
오바마 행정부는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예멘, 소말리아, 그리고 다른 테러리스트 은신처들에도 드론 공격을 가했다.
NAF는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2009년 이후 드론 공격으로 최소 1천299명의 반군이 사살됐고, 적어도 153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보도됐다고 밝혔다.
존 브레난 백악관 테러대응 선임보좌관은 지난달에야 드론 공격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드론 공격은 `정밀 타격`인 만큼 민간인 희생자는 "극히 예외"라고 주장했다.
인권단체들은 이처럼 비밀스런 드론 운용 프로그램을 비난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의 히나 썀시는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비밀 고문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미국인들은 혼란스러웠다. 비밀 사살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미국인들은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지 테러리스트로 연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사살을 허용하는 프로그램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반(反)테러리즘 자문관인 안드레아 프라소우는 "가장 문제는 사살된 후에야 무고한 희생자라는 게 확인되는 방식"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희생된 민간인이 수백명이라는 보도가 나오는데 드론 공격으로 희생된 민간인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발표"라고 꼬집었다.
이들 두 단체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드론 운용 프로그램은 무고한 목숨과 미국의 안전을 과도하게 희생시킨다면서 위법적이고 위험한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일부는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가 따라 쓸지도 모르는 선례가 된다고도 비난한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드론 공격이 엄청난 비용이 들더라도 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 미국인의 미국 내 안전을 유지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믿음이 여전하다.
다만 제이 카네이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민들을 보호할 책임을 심대히 인식하고 있고, 이게 바로 알카에다와 전쟁을 수행하는 이유"라면서도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민간인 희생을 피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매우 중대하고 인식하고 있다"고 점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근 여론조사들은 미국인 83%가 테러리스트 용의자에 대한 드론 공격을 지지하고 있고, 65%는 테러활동 혐의를 받는 미국인에 대한 드론 공격도 찬성하는 것으로 나오는 등 드론 공격은 전반적으로 미국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abc 방송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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