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 24일 실시된 이집트 대선 결과를 지켜보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집트 민주화 혁명이후 치러진 첫 자유 선거에서 무슬림 형제단의 모하메드 무르시(61) 후보와 무바라크 정권의 총리 출신인 아흐마드 샤피크(70) 후보가 1, 2위를 차지해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신구세력의 대결인 셈이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이집트와의 관계를 과거 처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게 미국 언론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25일(현지시간) 이집트 선거결과 분석 논평을 통해 "누가 이집트 차기 대통령이 되든 양국관계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무슬림 형제단의 실용주의적 측면을 얘기하지만 국내정치적으로 볼 때 그들이 미국을 지지하는 것은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CFR는 "물론 이집트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무슬림 형제단이 집권할 경우 미국과 단기적으로 협력하려 하겠지만, 그것이 잘 진행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예상했다. 특히 무슬림 형제단이 정권을 장악할 경우 종교적 자유나 여성 인권이 후퇴할 수도 있고,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관계 악화는 중동 역학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절제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집트 대선 직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지속적으로 이집트과 협력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의 `미ㆍ이집트 협력`을 강조한 성명은 이집트에 어떤 정권이 출범하더라도 중동 정책을 위해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은 이번 이집트 선거 이후 출범하는 정권과의 관계설정을 고민하면서 역사적인 교훈을 생각하고 있다. 무슬림 형제단의 한 분파라고 할 수 있는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2006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집권당이 됐을 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를 차단하며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내부 움직임이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집트에서도 이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행정부는 물론이고 의회도 마찬가지이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달초 이집트를 다녀온 직후 내셔널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집트와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이집트에 대한 지속적인 원조에 대한 미 의회의 지원을 약속하며 "독선적인 접근법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리 위원장은 "우리가 이집트 원조를 단절한다면, 그들은 이란과 협력하는 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은 27일(현지시간) 이집트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최대한 협력을 모색하는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이 초당적으로 확산돼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무슬림 형제단은 이날 정권을 차지할 경우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을 파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은 새로운 이집트가 극단적인 노선으로 치닫지 않도록 세심한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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