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통제한다고 주장한 애덤 스미스.
그가 창시한 자유주의 시장 이론은 지금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제학의 근간이 됐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경제 담당 기자로 활동 중인 존 캐서디는 신간 `시장의 배반`(민음사 펴냄)에서 애덤 스미스와 추종자들이 편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대놓고 반기를 든다.
정책 개입이 없어도 시장이 자체를 통제한다는 이론이 실제에서는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
자유주의 시장 이론에 맞서는 `시장 실패` 개념은 프랜시스 베이토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처음 내놨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를 시작으로 지난 300년간 경제사상의 흐름을 짚어보고, 최근 50년 동안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사례를 근거로 정부 개입과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대표적 케이스는 중고차 매매 시장.
중고차 딜러는 고물차부터 판매하려는 속셈이고, 소비자는 이를 믿지 못해 값을 깎으려 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중고차 시장엔 결국 불량품만 남게 될 것이란 논리다.
이밖에 정작 보험이 필요한 소비자는 찬밥 신세가 되는 보험 시장, 실직자보다 직장인이 일자리를 얻는 데 더 유리한 구직 시장 등도 시장 실패 사례로 꼽힌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이 시장의 자정 능력을 맹신했기 때문에 벌어진다고 분석했다.
합리적 개인이 모여 합리적 판단을 내리더라도 시장 전체는 불합리할 수 있다는 것.
애덤 스미스는 규제에서 벗어난 신용 거품의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그의 신봉자들은 이마저 간과해버렸다.
끝내 미국은 2007년 여름 비우량주택담보대출 문제를 시작으로 금융 위기를 맞았고, 여파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20여년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등으로 미 금융계를 쥐고 흔들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주택 거품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가 세계를 "고삐 풀린 금융 도박장"으로 몰아넣었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그는 "어떤 기관이 시스템상의 위험에 빠질수록 더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면서 "금융 제도를 통제하는 원칙은 파생상품과 그밖의 복잡한 금융 상품에도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남 옮김. 468쪽. 2만5천원.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