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도자가 동아시아 국가를 대할 때는 대서양 건너편의 파트너를 상대할 때 자연스럽게 보여주던 평등과 상호 존중, 그리고 열린 마음을 가지는 데 필요한 경험과 감수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은 유감이다." 한반도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브루스 커밍스(68)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이번엔 집안 문제로 눈을 돌렸다. 커밍스 교수는 1986년 한국 전쟁을 수정주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 전쟁의 기원`을 내놔 한반도 현대사 연구에 한 획을 그은 역사학자. 그는 신간 `미국 패권의 역사`(서해문집 펴냄)에서 기존 대세였던 대서양주의에서 벗어나 "태평양 관점"에서 미국의 발전사를 분석하고 동북아 관계를 조명한다. 미국이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교류해온 `대서양주의`에 국한하지 않고 태평양을 오가며 동북아시아 국가들과 맺게 된 `태평양주의`를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일각에서 자신을 "반미, 반한 인사"로 보는 시각을 감안하면 새 책에서는 자신이 미국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에 놀랄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그러나 새 책에서도 특유의 현학적이면서도 날카로운 필치로 미국의 근대사를 풀어내면서도 위정자를 향한 비판의 끈을 놓지 않는다. 책은 국어사전 두께의 방대한 분량으로 쓰였으며, 1840년대부터 현재 시점을 넘나들며 크게 8가지 주제로 나눠 미국이 패권 국가로 떠오른 여정을 짚어본다. 백인 정착민과 유색 인종이 조우한 경로, 서부 개발에 중부 지역이 미친 역할처럼 미국 내 문제부터 미국과 동아시아 관계, 한반도 냉전시 군사 기지의 국제적 배열 같은 국제정치적 문제를 아우른다. 커밍스 교수는 특히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은 "전쟁으로 만들어진 수백 개의 군사 기지가 전쟁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구조" 덕택에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데 대해서도 "처벌을 마땅히 받아야겠지만 이것이 국제법의 규범으로부터 크게 벗어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책은 미국의 발전사와 동북아 역학 관계를 두 축으로 하고 여기에 동시대 인문학과 철학, 사회학 등의 사례를 맞물리는 방식으로 방대하게 펼쳐진다. 원제 Dominion from Sea to Sea. 928쪽. 4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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