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보수가 무너지고 있다. 줄곧 압도적으로 1위를 유지해온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3위로 떨어졌다. 출범한지 1년도 되지 않은 국민의당에도 밀렸다.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는 두배가 넘는다. 새누리당내 친박-비박간 내분도 사실상 분당 수순으로 극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다 가짜보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보수는 이념마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우리나라 보수가 지난 10월 29일 첫 광화문 촛불집회가 열린 후 41일 만이자 7월 최순실 관련 첫 의혹 보도가 나온지 5개월여 만에 무참히 무너지고 있다.우리나라 보수는 왜 이렇게 무능할까? 지난 참여정부 시절 보수진영은 ‘잃어버린 10년’을 구호로 외쳤다.진보진영 집권 10년 동안 경제는 무너지고, 안보는 불안해 국민들을 민생파탄으로 몰았다는 기조다. 이 구호는 곧바로 보수가 회복해야할 가치로 각인되면서 대세로 굳어졌다. 더 이상 진보진영 빨갱이들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다면서 보수진영은 뭉쳤고 드디어 이명박을 탄생시켰고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졌다. 국민들의 기대도 컸다. 보수가 적당히 부패해도 경제 하나만은 제대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보수진영이 ‘금과옥조’로 여겨온 경제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우선 김대중, 노무현 진보진영 정부 10년과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8년을 비교해 보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진보정부 10년간은 4.8%였으나 보수정부는 3.1%에 그쳤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2014년을 제외하고 모두 2% 성장대에 머물고 있다. 일인당 국민총소득(GNI)도 2015년 2만 8천338달러로 세계 28위로 퇴보한 상황이다. 2007년 2만 달러를 넘은 이후 8년째 2만 달러의 늪에 빠졌다종합주가지수도 진보정부 기간 1천521포인트 오른 반면 보수정부 8년간 63포인트 오르는데 불과했다. 국가 채무 역시 참여정부 5년 동안 10조9천억 원에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443조1천억 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급기야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3년 동안 579조5천억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면서 경제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집권 3년차 국가채무 폭으로는 역대 정부 최고 수준이다. 서민 경제를 가늠할 수 있는 일자리와 가계 소득 등의 경제 수치도 또렷하게 구분된다.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 증가율의 경우 참여정부 말기 2.7%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서 2013년 0.8%까지 떨어졌다가 2014년 2.1%에 머물고 있다. 가계 부채는 2007년 665.4조에서 1천100조 원까지 늘어났다. 청년실업률 또한 2007년 7.2%에서 2015년 6월 10.3%까지 치솟았다.보수진영의 보루인 경제 성적표다. 보수집권은 9년 동안 기대했던 경제는 크게 퇴보한 것이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떠돌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제 보수도 거듭나야 한다. 그동안 ‘전가의보도’처럼 휘둘렀던 반공주의, 안보상업주의는 버려야 한다. 보수의 무능을 반대 세력에 대한 용공, 죄경, 종북 좌파로 낙인찍는 이념공세로 덮으려는 수작은 더 이상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촛불민심은 그러했다. 또 영남지역을 볼모로 하는 지역주의 유혹도 뿌리쳐야 한다, 촛불민심은 이미 지역주의를 뛰어넘어 하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가치의 핵심은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책임감이다. 당 간판 바꾸는 꼼수로는 더 이상 안된다.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따르더라도 백지상태에서 보수 가치를 다시 그려가야 한다. 1990년대 미국에서 보수위기를 극복한 보수그룹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4P 이론’을 주목하길 바란다. 보수인 공화당이 민주당에 잇따라 대권에 패배하면서 제시한 이론이다. 즉 보수의 철학화(Philosophy)를 통해 가치를 재정립하고, 이를 대중에게 알리면서(Popularize) 조직적 정치화(Politicize)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자선활동(Philanthropy) 등 사회적 책임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보수주의는 살아났다.우리나라 보수도 이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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