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충청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2013년 11월 재래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던 익명의 할머니(79)가 모금회를 찾아와 1억 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전달하고 갔다는 것이다.하얀 고무신을 신고 수수하고 검소한 차림으로 이곳 모금회를 찾은 할머니는 당시 한사코 자신의 이름도 정확한 나이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단지 어려운 곳에 써달라는 말만 남기고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충북 모금회 관계자는 할머니는 고무신을 즐겨 신을 정도로 자신을 위해서는 먹고 입는 것조차 아껴가며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을 정도로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사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그러면서 가족들은 할머니가 1억 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선행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면서 아무도 모르게 묵묵히 선행을 실천하셨던 분으로 알려졌다.그런 할머니가 지난 4월에 세상을 떠났으나 아무도 몰랐으며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졌다. 각박한 현실에 안하무인격으로 자신만 챙기며 살아가는 사회에 눈물겨운 귀감이 아닐 수 없다. 할머니는 6.25전쟁 당시 월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충북 청주에 정착하면서 이곳을 제2고향으로 삼아 수십 년간 노점상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낮선 타향에서 외롭고 서러움이 오죽했으랴만 자식들을 훌륭히 길러낸데 감사하며 그 은혜를 사회에 갚겠다는 심정으로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세상에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길 원치 않았던 할머니는 결국 충북아너소사이어티 8번째이자 유일한 익명의 회원으로 남았다. 할머니는 생전에 가끔 모금회를 찾아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걸린 아너소사이어티 명예의 전당을 바라보며 흐뭇해했다고 한다.그러다 한동안 연락이 끊기고 모금회에 얼굴을 비치지 않던 할머니의 기억이 잊힐 무렵인 지난 6월 충북 모금회를 찾아온 할머니의 남편은 2개월 전에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는 것이다.기부할 때와 마찬가지로 삶을 마감하면서까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검소하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참으로 보기 드문 흐뭇한 삶의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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