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대구 서문시장에서 큰 불이 나 680여 개 점포를 태우는 등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30일 오전 2시 8분께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4지구 상가에서 불이 나 이곳에 입주해 있던 679개 점포 모두가 전소됐다. 4지구 가건물 일부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대구시 소방안전본부는 상가 내 1지구와 4지구 사이 점포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다고 밝혔다. 서문시장 야간경비 관계자는 “오전 2시 조금 넘어서 바람을 쐬려고 바깥을 보니 4지구 1층에서 연기가 나고 불이 벌겋게 올라왔다. 폭발음은 없었다”고 말했다.불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인 4지구의 건물 1층을 대부분 태우고 상층부로 번졌다. 4지구는 의류, 침구 등 가연성 소재인 제품을 취급하는 점포가 대부분이어서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유독가스와 연기가 많이 나는 바람에 소방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소방당국은 40년이 된 시장 건물 자체가 낡아 화재에 취약한데다 불이 난 4지구가 주로 섬유류 제품을 취급해 불이 급속도로 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지구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4지구 상가 70% 이상이 의류를 취급하고 나머지는 이불 등 침구와 액세서리 판매업소이다”고 말했다.소방본부는 헬기 2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고 소방차 100여 대와 인력 750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상인이 대부분 퇴근하고 없는 새벽 시간에 불이 나 인명 피해는 없으며,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장 모(47) 소방위와 최 모(36) 소방사가 다쳤다.서문시장 4지구 번영회는 최대 76억 원을 보상받을 수 있는 화재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황 모(54) 씨는 "사위가 등산복을 파는데 29일 6천여만 원 어치의 물건을 새로 가져다 놨다"며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한숨을 몰아쉬었다. 화재원인 조사에 나선 경찰은 시장 경비원을 상대로 1차 조사를 했다.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를 놓고 소방당국과 상인 의견이 엇갈린 점도 조사할 방침이다.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이날 오전 서문시장을 방문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를 포함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번 화재로 많은 상인이 피해를 봐 가슴이 아프다"면서 "지자체 등과 협의해 응급 복구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대구가 지역구인 유승민·윤재옥·조원진·정태옥·정종섭·곽상도·김상훈·곽대훈·홍의락 국회의원 등은 이날 오후 서문시장에서 현장회의를 갖고 화재 수습 대책과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저녁 화재현장을 찾아 상인들을 위로하고, 지원대책을 논의했다. [경상매일신문=강병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