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 김귀현세상의 어느 생선이 너만큼 많은 이름을 가졌던가!선태, 생태, 동태, 추태, 춘태, 강태, 조태, 망태…온난화 광풍으로러시아산 꼬리표 달고 이어온 목숨대관령 찬바람 맨몸으로 맞으며 얼다 녹다 반복하며 한겨울을 견뎌내고온몸의 살이 터지도록 단매로 맞은 후황태로 다시 태어난 너는 생선의 본성, 비린내조차 버렸구나.함부로 말하지 마라, 명태가 맛없다고 우리의 입맛 따라노가리, 생태, 코다리, 북어, 황태, 흑태…죽어서도 쉬지 못하고 변신을 거듭해온생태가 황태가 되기까지의 저 장엄한 서사시 앞에. 시의 산책로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명태는 ‘국민 생선’이었다. 우리나라 동해에서 많이 잡히던 명태가 지구환경의 변화로 이젠 많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유통되고 있는 명태 중에는 러시아산이 많아 엄밀히 말해 요즘의 명태는 ‘명태’ 아닌 ‘민따이(минтай. 러시아어)’인 것이다. 우리 바다에서 잘 잡히지 않는 바람에 소비에도 영향을 주어 국민 생선의 지위를 잃은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게 다는 아니다. 명태는 문화사적(文化史的)으로 볼 때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해왔다. 명태의 조리과정, 그리고 명태가 쓰인 음식에 민족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또한 명태는 문학, 미술, 음악, 영화 등의 예술작품 전 분야에도 빈번하게 등장해 스스로의 존재를 자랑한다. 명태의 다양한 변신은 명태의 죽음을 전제(前提)로 한다. 죽어서 동태가 되든, 북어가 되든, 황태가 되든, 그것마저 명태의 기이한 일생이다. 시 말미의 ‘죽어서도 쉬지 못하고 변신을 거듭해온’에 이 시의 방점(傍點)이 있다. 명태의 파란만장함이 눈물겹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