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재활승마요?”“말 그대로 장애인이나 노인의 재활을 위해 말과 승마를 매개로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저는 좀 더 나아가 올림픽 선수를 육성하는 꿈도 있어요.”“왜 장애인에게 승마가 필요하냐고요?“장애인들이 사회로 복귀하는데 승마프로그램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선진국에서는 보편화 된 프로그램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걸음마단계에요.”“승마가 특정 계층이 즐기는 고급 레저 활동 아니냐고요?”“테니스 칠 정도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서민 생활체육이에요. 누구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아 진건 사실이지만요...”경북에서 장애인 재활승마를 보급하고 있는 ‘경북장애인승마협회’ 조양희 회장의 인터뷰 첫 마디는 이렇게 시작됐다.장애인 재활이란 기치를 건 그의 행보는 ‘괴짜 교수’란 별명이 딱 어울린다.그는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했다. 이후 동물의 정신과의사가 되고 싶었던 그는 호주로 유학길을 떠났고 그 곳에서 ‘동물행동심리학’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학문을 공부하게 된다. 그리고 말과 인연을 맺으며 말의 악벽(나쁜 버릇)이나 공격성을 치료하는 동물심리학자가 된다. 하지만 그는 학문을 통해 동물이 사람과 행동이나 학습방법이 매우 유사하고 자극에 대한 반응 행동 또한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평소 말(馬)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그는 또 호주에서 장애물비월승마선수생활도 하게 되면서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꿈이었지만 아쉽게도 결국 그 꿈을 이루지는 못한다. 이렇게 공부를 마치고 정착한 곳이 경주 사라리.그는 2001년 이곳에 ‘경주목장’을 세우고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단계인 경주마 번식, 육성, 조련 사업을 시작한다. 이와 함께 자신의 전공을 살려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승마 프로그램도 병행한다.시간이 지나자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그는 2010년 이름을 ‘자연과 문화’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장애인재활승마 교육에 전념하게 된다.지금도 20여명의 지체·지적 장애인들과 학교 부적응 아동, 청소년을 위한 승마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는 조회장은 2015년 목포에서 열린 ‘제3회 전라남도 영산강배 전국장애인 승마선수권대회’에 참가해 제자들이 금·은메달을 따는 등 두드러진 성적을 거둔다. 하지만 올해 전주 기전대에서 열린 ‘제2회 기전대총장배 전국장애인승마선수권대회’에서는 지적장애부분이 빠지면서 지체장애부분에서 신민기(16)선수가 유일하게 은메달 한 개를 차지하는데 그친다.그나마 지적장애 부분인 번외경기에 7명 선수전원이 참가했을 뿐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많은 30여 명의 선수와 임원이 출전했다는 게 위안거리라고 할 수 있다.그는 이외에도 장애인승마지도자 과정과 승마, 동물심리학에 대한 대학 강의를 통해 장애인 재활승마가 얼마나 중요한 활동인지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가고 있다.그는 말한다.“말과 함께하는 재활승마를 20년 가까이 해본 결과 장애아동·청소년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이만큼 좋은 프로그램은 없어요. 선진국에는 장애인재활승마가 활성화 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도 못 땠어요.”“지적장애 아이들은 말과 교감을 가지면서 자신감도 갖게 되고 사회에 정상적으로 안착할 수 있어요. 실제 아이들이 하루하루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요.”“아직 초기이긴 하지만 지금정도의 성장속도라면 일부 아이들은 조만간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에 출전해 메달 획득도 가능할거에요.”“마지막으로 경북지역을 민간이 주도하는 말 관련 산업단지로 육성하고 싶어요. 이만큼 경제파급효과가 큰 산업도 없거든요. 경북지역에서 그 초석을 놓고 싶은 게 작은 소망입니다.”그의 작은 소망처럼 경북지역이 장애인 재활승마, 말 관련 산업의 메카로 거듭나는 날을 기대해본다.[경상매일신문=최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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