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황옌다오(黃巖島·필리핀명 스카보러섬) 대치 사태가 16일부터 `새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정부가 이날부터 두 달 반 동안 분쟁지역인 황옌다오를 포함해 북위 12도 이상의 남중국해를 휴어기 지역으로 정하고 이를 어기면 자국은 물론 필리핀 어선까지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관할 해역이어서 `당연한` 행정권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권과 관련된 조치라는 태도다. 따라서 필리핀 어선이 해당 해역에 출현하면 나포하겠다는 입장이다. 필리핀을 정면으로 겨냥한 도발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필리핀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휴어기를 설정하는 방법으로 대응하지는 않고 있으나 적어도 스카보러 섬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되는 만큼 중국의 조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필리핀은 스카보러 섬이 자국의 루손 섬으로부터 불과 230㎞ 거리에 있어 EEZ 영역인 200해리(320㎞) 안에 들어와 있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무려 1천200㎞가량 떨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필리핀은 중국이 휴어기 운운하며 스카보러 섬 부근에서 필리핀 어선을 나포하면 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필리핀 안팎에서는 스카보러 섬 다툼에서 밀리면 주권이 크게 침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따라서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처럼 중국과 필리핀이 `강 대 강`으로 맞서는 탓에 제2의 대치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난달 10일 황옌다오 해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단속하려던 필리핀 해양경찰선과 이를 보호하려는 어정선(漁政船·어업 지도선) 간의 해상 대치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해군의 최첨단 공격용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가 지난 13일 황옌다오 부근의 필리핀 수비크만에 입항해 1주일가량 머물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태평양함대 소속으로 길이 350피트, 잠수 중량 7천800t 급인 노스캐롤라이나호는 해군 특수전의 모든 분야 임무를 소화할 수 있는 최첨단 잠수함이라는 점에서 그 역할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만약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노스캐롤라이나호를 파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중국은 이번 사태를 외교적인 절차를 통해 풀자고 강조하면서도 필리핀의 관광과 농업을 직접 겨냥한 경제 압박 카드를 함께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필리핀산 농산물 검역 강화 조치와 함께 바나나 수입을 사실상 금지했는가 하면 필리핀에 관광 금지령을 내려 필리핀의 경제적 `숨통`을 죄고 있다. 중국은 아울러 필리핀과의 항공수요 감소를 이유로 국적 항공사의 운항 편수를 단계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이에 필리핀은 일단 `감내`하면서 주권 탈취 시도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며 의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필리핀은 중국이 농산물 수입 제한과 관광 중단으로 압박하는 데 대해 대체시장 개척으로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약소국인 필리핀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과 맞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필리핀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주변국은 물론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중국의 압박에 맞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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