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서 출산 직후의 결속(bonding)과 인간관계(relationship) 형성의 연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러한 출산 직후의 결속감 형성의 시간은 제왕절개술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제왕절개술을 한 경우에도 얼마든지 엄마와의 결속감을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척추마취를 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엄마의 의식이 명료하기 때문에, 엄마가 수술 도중에도 아기를 안아보고, 아기와 뽀뽀도 하고, 아기에게 말을 걸어줄 수 있습니다.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엄마는 의식이 없는 상태이지만, 아기를 엄마 품에 안겨주고, 엄마와 스킨십을 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엄마는 못 느끼지만, 아기는 엄마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는 태어나서 울음을 터뜨리다가, 엄마 품에 안기는 순간 물론 엄마가 잠들어 있지만, 엄마를 온몸으로 느껴 안심을 하고 울음을 뚝 그치게 됩니다. 매우 환상적인 경험입니다.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제일 높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전년도 대비 가파르게 상승할 정도로 증가 추세가 놀랍습니다. 이는 자연출산을 많이 하는 나라들의 자살률이 낮은 것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제왕절개율이 높은 것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극단적인 논리일 수도 있겠지만, 제왕절개술 이후의 첫 결속감의 상실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속감의 결핍은 성장 과정이나 그 이후에도 정신적 문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랑을 받아야 하고 행복한 미래를 계획해야 할 아이들이 생을 포기하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은 심리적으로 고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아와 연결성이 없는 상태가 되어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고립되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로는 출산 때부터 엄마와의 결속 또한 인간관계 형성에 매우 중요합니다.그리고 두 번째는 하나 자녀가족의 문제점입니다. 형제가 함께 사랑을 공유하고 자라야, 양보와 배려를 배우게 되고 가족, 나아가서는 사회를 배울 수 있는데, 하나 자녀가족인 경우에는 이러한 결속을 배움에 모자랄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형제를 만들어주는 것 또한 중요한 부모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출산은 자연출산이든, 제왕절개이든 관계없이 젠틀버스(Gentle birth)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젠틀버스를 경험한 산모에게 기대되는 것은 성취감과 인내력입니다. 짧게는 수 시간, 길게는 하루, 이틀에 걸리는 진통을 견디고, 자신이 태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과 시점까지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나올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려주고, 아이를 맞이한 산모는 이후의 육아에 있어서도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견딜 수 있는 인내력과 불굴의 의지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성과지상주의와 학벌사회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엄마가 아이의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천부적인 능력과 재능을 찾아 낼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출산할 때 어떠한 약물과 도구를 이용해서 자연스러운 진통 과정을 피해 쉽게 출산을 하였던 것처럼, 육아 때에도 빠른 성과를 위해 어떤 특별 과외라든가 다른 방법들을 또 이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 스스로의 힘으로 성취하지 못하고, 엄마나 다른 방법의 도움으로 성취를 하는 아이들은 성취감을 맛볼 수가 없습니다.하지만 자연 출산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본능과 능력으로 엄마의 좁은 골반과 산도를 헤치고 나온 것을 체험한 엄마는 좀 더 아이를 기다려 줄 수 있고, 결국 아이가 스스로 어떠한 결과를 냄으로써 아이에게 성취감을 맛보게 해줄 수 있습니다. 엄마가 빠른 결과를 위해 아이의 힘이 아닌 다른 방법을 사용한 경우에는 아이는 결과에 대한 성취감이라는 감정을 누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아이가 조금 늦게 말을 하거나, 계산능력을 조금 늦게 배워도, 아직은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때가 되면 아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 분야에서 자신의 진정한 자리를 찾아, 꽃피울 것을 기다려줄 수 있는 것입니다.